[책마을] 神 아닌 '인간 부처'가 깨달은 삶

입력 2020-07-09 18:05   수정 2020-07-10 03:09

출가한 지 55년이 된 도법 스님(71)은 텍스트(경전)를 현실에 적용하느라 오랫동안 애써왔다. 1990년 청정불교운동을 이끈 승가개혁 결사체 ‘선우도량’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남원 실상사 귀농전문학교 설립,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통한 생명평화운동, 5년간 3만 리를 걸었던 생명평화 탁발순례 등을 이어갔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을 맡아 갈등의 중재자 역할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행동과 실천이 붓다의 깨달음에 부합하는 것인지 스스로 되묻기를 멈추지 않는다. 《붓다, 중도로 살다》는 그런 자성의 토대에서 쓴 불교 해설서이자 실천 지침서다.

도법 스님은 오랜 세월 붓다에 덧씌워진 신비주의를 걷어내고 ‘지금, 여기’에서의 깨달음과 실천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인간 붓다’의 삶을 복기한다. 붓다의 일생을 기록한 ‘불본행집경’이나 서사시 형태로 쓴 ‘불소행찬’ 같은 경전의 신화적·초월적 기술보다 깨달은 뒤 처음 제자들에게 법을 전한 ‘초전법륜경’과 전법 선언 등에 주목하는 이유다.

붓다는 깨달음으로 신의 영역에 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인간의 세상에서 인간으로 살았다고 스님은 강조한다. 붓다 또한 고난과 시련을 겪었으며 그런 가운데서 깨달음을 전하고 실천했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불교 교리의 핵심은 중도와 연기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홀로 독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연기는 존재의 진리요, 고통과 쾌락 같은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는 실천의 진리다. 중도와 연기를 알면 사람의 참모습은 본래 붓다이며, 모든 존재가 그물처럼 연결돼 있는 한 몸, 한 생명임을 알게 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래서 도법 스님은 “붓다로 살자”며 ‘시민붓다론’을 제창한다. 모두 지금, 여기서 깨달음의 내용을 이해하고 실천하면 붓다의 삶을 살게 된다는 얘기다. 책 말미에 실린 ‘생명평화 백대서원 절명상’은 이를 위한 실천 지침이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올바른 현실 인식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존재의 참모습을 달관할 때 비소로 생명평화의 길이 열린다. 싸움은 또 다른 싸움을 부를 뿐 문제 해결의 길이 될 수 없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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