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동갑내기 연장혈투'…박현경 웃었다

입력 2020-07-13 17:01   수정 2020-07-14 01:03


13일 부산 기장군 스톤게이트CC(파72·6491야드) 18번홀(파4) 티잉에어리어. 연장전이 이어진 탓에 같은 곳에서 세 번째 티샷을 한 박현경(20)이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공이 드라이버 스위트스폿을 비껴 맞은 것. 동갑내기 라이벌 임희정(20)의 공보다 20m 뒤에 티샷이 떨어졌다. 탄식이 환호로 바뀌는 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홀까지 135m 거리를 남긴 상황에서 박현경은 두 번째 샷을 홀 약 70cm 앞에 떨궈 승리를 예감했다. 핀에서 12m가량 떨어진 곳에서 굴린 임희정의 버디 퍼트는 홀을 한참 비켜갔다.
시즌 첫 ‘멀티 챔프’ 오른 박현경
박현경이 빗속에서 열린 연장 승부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총상금 10억원)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서든데스 두 번째 홀에서 탭인 버디를 성공시킨 박현경은 캐디를 맡아준 아버지(박세수 프로)를 얼싸안고 승리를 자축했다. 올해 열린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기록한 박현경은 이로써 올 시즌 가장 먼저 2승째를 수확했다.

메이저급 대회로 신설된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적은 비였다. 지난 10일 열릴 예정이던 1라운드를 하루 연기시킨 장맛비는 이날도 기승을 부렸다. 대회 3라운드는 결국 취소됐고,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13언더파 131타)였던 임희정과 박현경이 낮 12시15분부터 16번홀(파4), 17번홀(파5), 18번홀에서 스트로크로 연장전을 치렀다. 3개 홀 성적을 합산해 우세한 쪽이 이기는 방식.

2000년생 동갑내기 라이벌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16번홀, 17번홀, 18번홀을 모두 파로 맞선 둘의 승부는 18번홀 서든데스로 이어졌다. 첫 번째 홀에서 박현경이 먼저 8m 안팎의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자, 임희정도 7m 버디 퍼트로 응수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서든데스 두 번째 홀에서 희비가 갈렸다. 임희정의 장거리 버디 퍼트는 빗나갔고, 박현경은 짧은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 상금 2억원을 받은 박현경은 시즌 상금 4억5075만원을 쌓아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라이벌이 우릴 키운다”
박현경은 이번 우승으로 절친 임희정과의 역대 전적에서 균형을 맞췄다. 지난해 투어에 데뷔한 두 선수가 마지막날 챔피언조에서 격돌한 것은 이번까지 네 번. 지난해 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과 KB금융챔피언십에선 임희정이 우승했고, 지난 5월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선 박현경이 이겼다. 이번 승리로 임희정과의 챔피언조 대결에서 2승 2패를 기록하게 된 셈. 박현경은 “투어에서 희정이가 가장 친한 친구인데 우승할 때마다 경쟁 상대로 마주하게 돼 우승한 뒤에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희정이가 우승 뒤 안아주면서 축하한다고 해줘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시즌 2승을 합작한 아버지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박세수 씨는 한국프로골프(KPGA) 2부투어 우승 경력이 있는 프로 골퍼다. 박현경은 “아버지가 캐디를 하면 어려운 상황이나 혼자 판단하기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된다”며 “아버지는 내게 자부심이고 많은 힘이 돼 주신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에서 준우승한 박민지(22·NH투자증권)가 2라운드까지 11언더파를 기록해 3위에 올랐고, 김세영(27·미래에셋)은 7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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