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언스트앤드영 "금호기업의 금호터미널 인수 저평가 리스크 존재" 우려했다

입력 2020-07-17 14:10   수정 2020-07-17 16:50

≪이 기사는 07월17일(13:4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이트고메는 (금호기업의) 금호터미널 인수 거래가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 승인만으로 가능하며 주주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음에 대한 법적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이 거래는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초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EY)가 게이트그룹에 제시한 의견)

아시아나항공이 2016년 금호기업에 매각한 금호터미널이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나왔다.

◆게이트그룹에 밝힌 금호그룹 재건 계획

17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EY의 자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6년 초 중국 하이난항공 계열 게이트그룹의 금호기업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기내식 합작사(게이트고메)의 지분가치 훼손 및 금호기업이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게이트그룹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약속을 했다. 그 중 하나가 금호터미널 인수 및 금호고속 인수를 통해 금호기업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약속이었다.

게이트그룹이 투자한 금호기업은 당시로서는 금호산업 지분 46.5%를 보유한 것이 전부인 단순한 특수목적회사(SPC)에 가까웠다. 스스로 영업이익을 내는 등 실체를 가진 상태가 아니었다. 또 금호산업의 지분은 이미 2015년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인수금융(M&A용 대출)을 해준 NH투자증권에 담보로 제공돼 있었다.

이 때문에 게이트그룹의 관심은 기내식 사업의 대가로 투자를 하게 되는 금호기업이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에 쏠려 있었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하여 EY를 선임한 게이트그룹은 기내식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게 하는 한편 금호기업이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현금흐름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단히 신경을 썼다. 이에 EY는 금호그룹 경영진과의 면담 등을 게이트그룹과 공유하며 해당 자금을 언제 어디에 쓰게 되는지, 그래서 그 자금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상당한 수준으로 파악하여 게이트그룹과 공유했다.

◆"KPMG가 금호터미널 가치 저평가했을 수도"

이 자료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향후 2년간의 그룹 재건 시나리오를 5단계로 나눠 각각의 상황에 따라 금호기업의 재무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를 설명했다. EY는 금호기업의 단계별 리스크를 확인하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게이트그룹에 조언했다.



2016년초 당시 금호기업은 거의 실체가 없는 회사였지만, 게이트고메에서 BW 투자금액 2000억원을 받아 최초의 자금을 마련한다(1단계). 2000억원은 금호기업이 첫 인수 타깃으로 삼은 금호터미널의 2014년말 순자산가치(2012억원) 수준이다. 2016년 2월말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EY는 금호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NAV(순자산가치)인 2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표현했다. 정확한 금액이라기보다는 이 회사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약 200억원이고 금호고속의 EBITDA는 700억이라는 다소 주먹구구식의 표현 중에 등장하는 숫자다. 실제 두 회사의 EBITDA는 이보다 적었다.

같은 시기에 작성된 다른 표에서는 금호터미널 인수 금액이 '2700억원'으로 늘어난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을 계상해 놓은 장부가격(2648억원)과 비슷한 숫자이며, 실제 금호기업은 2016년 4월29일 이값에 금호터미널을 사오게 된다.

게이트그룹에서 투자받는 BW 2000억원으로는 이 자금을 충당하기에 다소 부족했던 탓에 금호그룹은 NH투자증권에서 나머지 7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Y는 이 문제를 언급하며 "NH에서 금호기업에 돈을 빌려준다는 문서를 확보하는 게 좋겠다"고 적었다.

◆금호터미널 가치평가 둘러싼 논란

금호터미널의 2700억원 가치가 정당한가에 관해서는 기준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금호 측과 NH투자증권 등은 터미널만 놓고 봤을 때 이 회사는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160억원대 수준의 회사라는 점, 부채가 대단히 많았다는 점 등을 들어 지분 가치가 2700억원이 적정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나 금호석유화학에서는 이 회사의 가치가 8000억원 수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업계에선 8000억도 다소 과하지만, 2700억은 너무 낮다는 인식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Y 역시 이 문제를 지적했다. "KPMG의 가치 산정이 금호터미널을 저평가했을 수 있다(KPMG valuation may undervalue KT)"는 점을 이 거래의 리스크로 지목했다. 또 "경영진은 2700억원 가치에 거래하는 일이 박삼구 회장이 의장을 맡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 승인만으로 가능하며 아시아나항공 지분 70%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이 아시아나가 보유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한다고 비난할 가능성이 있어 아시아나항공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이 사안을 처리하려 한다는 취지다.



이에 EY는 "(BW 투자 전인) 2016년 3월에 금호터미널을 인수한다고 발표하고, KPMG에서 2700억원을 정당화하는 가치 산정을 확보할 것"을 게이트그룹에 주문했다. 또 "게이트고메 역시 변호사로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 승인만으로 이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였던 금호석유화학은 2016년 7월16일 서울남부지검에 박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으나, 불과 한 달 만에 이를 철회했다.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Y는 금호터미널 가치평가한 주체 'KPMG'로 기록

EY가 언급한 대로 삼정KPMG가 관련 가치평가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남아 있다. 삼정KPMG는 금호터미널의 외부감사인이었는데, 감사를 맡은 법인이 용역을 받아 실사까지 하는 것은 이해상충 문제로 관련법에서 허용하지 않는다.

삼덕회계법인 직인이 찍힌 실사보고서가 제출되었는데, 이와 관련해 삼덕회계법인은 경찰에 해당 회계사를 고소하고 이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으나 검찰에선 무혐의 처분됐다.



EY가 2016년 초 실사 주체로 인식한 것은 삼덕이 아니라 'KPMG'다. 삼정KPMG가 작성한 보고서의 존재를 인지하는 이들은 EY 외에도 있다. 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가치가 낮지 않은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있어 알음알음 확인 절차를 거친 경우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해당 보고서를 본 이들이 생겼다"며 "다만 정식 용역을 체결했다거나 작성이 완료된 상태의 보고서는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삼정KPMG는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신문에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삼덕회계법인은 내부 심의를 통과하지 않은 보고서에 직인이 찍혀서 나갔다고 주장하며 2016년 해당 회계사를 사문서 위조로 고발했으나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했다. 삼덕회계법인이 2017년말 서울 고검에에 항고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은 있다. 삼덕회계법인은 이와 관련한 한국경제신문의 질의에 "과거의 일이라서 지금 파악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하여 금호그룹은 "금호터미널의 인수는 복수의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액을 근거로 적정가액으로 거래되었다"며 "복수의 외부 평가기관은 금호고속에 대한 콜옵션의 가치까지 포함해 평가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5년말 기준 금호터미널의 자본총계는 1564억원으로 인수가액 2700억원은 자본 총계 대비 173%로서 저평가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 결의만으로 결정한 것에 대하여 "상법 제393조(이사회의 권한) 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 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되어 있으며 상기 조항에 따라 항공의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은 적법하게 이사회 결의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측의 답변으로 갈음한다고 답신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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