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대주택 많이 지으면 35층 넘는 재건축 허용

입력 2020-07-26 17:41   수정 2020-10-05 15:36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 층수 규제를 풀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금은 35층 넘게 못 짓게 돼 있다. 층수 제한이 완화되면서 생기는 이익의 상당 부분은 임대주택 건립 등으로 환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이 참여한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는 서울 일반주거지역의 35층 층수 규제를 공공재건축에 한해 풀기로 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인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주택 공급 확대방안에 신규 택지 지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유휴지 개발과 재건축 규제 일부 완화가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층수 규제를 풀면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지만,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는 공공재건축을 도입해 개발 이익의 일정액 이상을 공익에 쓴다는 전제하에서다.

공공재건축 참여를 늘리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예외,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 유력하다. 공공재건축은 용도지역을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 등으로 높여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최고 층수는 50층으로 높아진다.

정부 관계자는 “개발 이익 환수는 꼭 필요하지만 너무 과도하면 조합이 공공재건축을 외면할 것이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5·6 공급대책’을 통해 도입된 공공재개발은 조합원분을 제외한 공급 물량의 절반 이상을 공공임대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에 따라 2014년부터 재건축을 포함해 일반주거지역 아파트는 35층을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조권과 조망권 독점을 막겠다는 취지다. 50층 재건축을 추진하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이 이 규제에 막혀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공공재건축 초고층 짓고 상한제 제외"…잠실5·은마 '50층' 길 열리나
재건축 아파트의 층수를 최고 35층까지로 막은 서울시의 이른바 ‘35층룰’을 완화해달라는 민원은 끊이지 않았다. 오밀조밀 붙은 성냥갑 아파트 대신 멋진 설계로 쭉 뽑은 고층 아파트를 지어야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기 때문이다. 한강, 산 등의 조망권이 중요해진 것도 한 이유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4년부터 요지부동으로 층수 규제를 유지해왔다. 이런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논란을 거치면서 재건축 외에는 도심 공급을 늘릴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안 없다”…공공재건축 도입
정부와 서울시는 당초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는 고려하지 않았다. 재건축 단지들은 그동안 집값 상승을 선도해왔다. 게다가 대치동, 압구정동 등 강남권에 많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연 브리핑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한 이유다.

그러나 서울 도심 안에 유휴지를 아무리 모아도 공급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3기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서울, 경기도에 새로운 택지를 지정하는 것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재건축 규제를 일부 풀자는 서울시 건의를 정부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다. 하지만 그냥 규제만 풀어줄 수는 없어 공공재개발 방식을 준용한 공공재건축 제도를 도입하면서 층수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공공재건축을 할 때 공공재개발처럼 용적률 인센터브를 주고, 늘어나는 용적률의 일부를 공공 임대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재건축의 경우 층수 제한을 그대로 두고 용적률만 높여서는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간거리가 좁은 빽빽한 아파트를 지으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층수 규제는 그대로 둔 채 용적률 인센티브만 주면 공공재건축을 하겠다는 곳이 없을 것”이라며 “재건축의 사업성은 용적률과 층수가 같이 엮여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에 대해서는 400%에 가까운 용적률을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3종 일반주거지역의 법정 최대 용적률은 300%다. 오는 28일 시행 예정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게 유력하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으면 일반분양가 가격을 10~20% 높일 수 있다.
은마·잠실5 등 참여할까
정부는 층수와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공공재건축에 적지 않은 조합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랜 기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여의도 재건축 등이 대표적이다. 50층 재건축을 추진했던 대치동 은마,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 재건축의 참여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임대주택 비율 등 개발 이익 환수 수준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과도한 환수가 이뤄지면 공공재건축을 하겠다는 곳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 사업장의 경우 제3자가 사업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해 신탁방식도 활용하지 않는다”며 “임대 아파트를 짓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재건축도 아직 활성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공공재개발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조합이 외면하면 공공재건축 층수 완화는 공급 확대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 재개발은 임대주택을 최대 15%까지 의무 공급해야 하고, 법 개정으로 오는 9월이면 이 비율이 20%로 올라간다. 재건축의 경우 임대 건립 의무는 없지만 인허가 등을 위해 대부분의 단지가 임대아파트를 짓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국토부, 서울시 등의 공급 확대 방안을 취합하고 있다”며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이유정/최진석/배정철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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