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유로화 가치 급등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24일 1.164달러로 마감했다. 2018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달러지수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7.6%에 달한다. 이어 일본 엔(13.6%), 영국 파운드(11.9%), 캐나다달러(9.1%) 순이다.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지수는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미국보다 코로나19 확산을 잘 막은 덕분”이라며 “유럽 경제가 더 빨리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유로화 강세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7500억유로에 이르는 유럽 경제회복기금 조성도 유럽 경제 회복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신흥국 통화는 약달러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7일 달러당 5원40전 내린 1196원10전에 마감했다. 지난 3월 달러당 1285원70전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1200원 내외에서 맴돌고 있다. 작년 말(달러당 1156원40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는 미·중 갈등이 격해지면서 약달러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길게 보면 결국 약달러가 신흥국 통화를 상대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며 위함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고 있고, 미국이 재정과 무역 쌍둥이 적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2009년 3월 89이던 달러지수가 그해 11월 75로 급락한 일이 있었다”며 “그때도 경기 회복을 위해 미국이 부양책을 쓰면서 쌍둥이 적자가 나타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강세 후 아시아 통화 강세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원·달러 환율도 하반기에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매도폭을 줄이는 와중에도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종목은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1개월간 SK바이오팜을 8238억원어치 팔아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이어 네이버(4722억원), 엔씨소프트(3273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324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87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LG화학(1465억원·8위), 카카오(1266억원·10위) 등도 순매도 종목 10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향으로 BBIG 종목 주가는 최근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6일 고점을 찍고 이날까지 21.11% 떨어졌다. SK바이오팜(8일 이후 11.75% 하락), 카카오(10일 이후 8.16% 하락), 셀트리온헬스케어(2일 이후 7.76% 하락), LG화학(13일 이후 5.48% 하락) 등도 줄줄이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임근호/양병훈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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