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길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다. 이는 기업에도 해당된다. 다른 기업들에 앞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관련 산업을 일구는 것은 기업이 오랫동안 사업활동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는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의 사회 및 산업구조가 공기업에 요구하던 역할에 안주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존재 의의를 잃는다. 국민이 미래에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앞서 고민하고 준비해가는 것이 공기업으로서 가치를 오랫동안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은 사업 구조와 서비스의 전면 혁신에 나섰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서울신용보증재단, 한전KPS 등은 보다 깊은 고민을 통해 사회봉사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신기술로 신시장 개척
한국전력은 보다 친환경적이고 유해하지 않은 전력 생산 기술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 5월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선보인 촉매필터 설비가 대표적이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동시에 걸러서 이들 물질이 공기 중에 배출되지 않도록 한다.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발전 시설 내를 순환하며 점점 줄어들도록 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이산화탄소를 대폭 줄이는 방식이다. 발전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전력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환경과 에너지 생산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 및 보급을 넘어 수소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구체적인 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다. 수소차 연료 공급을 위해 융복합형 충전소를 구축하고 확대해가기로 했다. 길거리에서 주유소를 보듯 가스공사가 설치한 수소 충전소를 쉽게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LNG 차량과 전기차 충전도 가능할 전망이다. 모든 친환경 자동차가 거쳐가는 ‘허브’가 되는 셈이다.
가스공사는 수소차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수소 충전 및 액화수소 생산·운송 기술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2030년까지 수소 관련 사업에 4조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웬만한 민간 기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a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비대면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식품배달 시장이 급성장 중인 러시아에서는 6월부터 2개월간 음식배달서비스와 K음료를 연계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극동러시아 지역 최대 음식배달서비스와 연계해 현지에서 음식을 배달할 때 밀키스, 캔커피, 알로에음료와 같은 한국 음료를 증정하는 마케팅이다.5월부터는 말레이시아 현지 최대 신선과실류 수입업체인 찹동관과 연계해 한국산 과실류 온라인 마케팅도 추진하고 있다. 몽골에서는 온라인몰, 라이브방송, TV홈쇼핑 등에서 한국 신선 과일을 선보였다.
사회공헌 방식도 진화
에너지공단은 에너지바우처 BI(브랜드 디자인) 및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카카오톡 채널도 개설하는 등 다양한 온라인 홍보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바우처 사업의 대상이 되는 저소득·취약계층에 보다 효과적으로 사업을 알리기 위해서다.취약계층 중에는 노인 등 정보 접근이 어려운 이들이 많아 자신들을 위한 사업이 있어도 이를 알지 못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공단은 홍보영상 등 각종 홍보물 제작은 물론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에너지바우처 사업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전KPS는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 전기 기술 관련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마이스터고교장협의회와 공동으로 출범시킨 ‘한전KPS-패러데이 스쿨’(패러데이 스쿨)이 대표적이다. 한전KPS는 자체 인력과 사내교육 인프라를 제공해 학생들에게 기술 교육을 하고 있다. 마이스터고 재학생들은 패러데이 스쿨에서 기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자신들의 꿈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갈 기회를 얻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지역 사회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금융 지원 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지역밀착형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에 한 개 이상의 지점을 세운다는 목표가 다음달이면 마침내 완성된다. 2012년 이후 중단됐던 신규 지점 설치 작업을 지난해부터 재개해 박차를 가한 결과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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