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PEF의 밸류업 사례탐구]19.어펄마캐피탈, 선우엠티 인수 1년반 만에 '체질 개선' 완벽 성공

입력 2020-08-10 16:36  

≪이 기사는 08월10일(14:1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수입에서 식탁까지 곧바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이 육류 식자재 유통기업 선우엠티를 인수할 당시 꿈 꾼 사업 모델은 B2C다. 중간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해외에서 들여온 육류를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직접 배달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수입한 육류를 대도매상 등에 넘기면서 자금을 빠르게 회전시키는 방법을 선호하는 국내 다른 육류 수입 유통업체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수입업체가 넘긴 육류가 대-중-소도매상을 거치면서 수수료가 붙는다.

그러나 어펄마캐피탈은 선우엠티가 이같이 불필요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해서 수입 직후 대형식당 등 실거래처와 직접 거래하는 B2C 사업모델로 거듭나도록 체질 개선에 힘썼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거치면서 붙는 마진이 모두 선우엠티의 이익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도 질 좋은 수입육류를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드장' 등 벨류체인 확보에 총력

어펄마캐피탈은 어펄마가 꿈꾼 종합 육류 전문기업의 청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선우엠티를 인수한 이후 다양한 벨류체인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B2C 온라인 채널, 육가공업체 등 선우엠티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볼트온 인수합병(M&A)에 적극 뛰어든 것이다.

2019년 6월 육류 온라인 플랫폼인 푸드장의 경영권을 확보한 게 신호탄이었다. 푸드장은 원래 캠핑족들을 위해 신선한 육류를 배송하는 업체로 설립됐다. 선우엠티는 푸드장을 통해 선우엠티의 재고를 유통마진 없이 온라인을 통해 곧바로 고객에게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올해 4월에는 양념육 제조 전문 회사 이동갈비도 인수했다. 3대에 걸친 업력을 자랑하는 이동갈비가 선우엠티의 원료육에 다양한 양념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B2C채널에서 판매하는 육류상품의 다양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선우엠티는 가열처리를 통한 HMR(가정간편식) 생산공장도 최근 인수하기로 결정해 현재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공급받고 있는 HMR 제품들을 직접 제조하는 '내재화'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선우엠티 관계자는 "육류는 현지에 수출한 이후 검역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수입하는 데 1~3달의 시황 차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수입물량과 부위가 변동성이 큰 편"이라면서 "안정적인 판매를 위해 B2C채널과 자체 가공업체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세 군데서만 운영하던 정육매장 '앵거스박 고기공장'도 '앵거스박 쇠고기상점'으로 상호명을 바꾼 뒤 전국 1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 확장을 통해 푸드장과 함께 온·오프라인을 동시공략하는 B2C 사업모델을 영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현재 다른 수입육 유통업체들이 정육매장을 소규모로 보유하고 있지만 도매물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는 탓에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집단의사결정 체제 도입… 미트론 의존도도 낮춰

선우엠티가 이처럼 차근차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펄마캐피탈이 외부인재 영입과 관리체계 개편 등 조직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펄마캐피탈은 지난해 4월 기존에 각기 사업을 운영하던 하람상역 등 선우엠티의 5개 관계사들을 선우엠티를 존속법인으로 흡수합병해 회사 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

선우엠티의 경영진과 경영방식에도 변화를 꾀했다. LG상사와 육류 유통업체 케이미트 등에서 내공을 쌓은 조민호 현 대표이사(CEO)를 비롯해 유명 프랜차이즈 FNB 업체에서 실적 개선을 이끈 이석진 전략실장(CSO) 등을 새로 영입해 경영진 체제를 갖췄다. 기존 경영진 가운데 영업 실적이 뛰어났던 임원을 영업본부장으로 유임시키는 등 신·구 체제 조화를 이루는 작업도 빼놓지 않았다.

어펄마캐피탈은 또 인수 전의 선우엠티가 회장 1인 중심의 의사결정구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탈바꿈해야 하는 항목으로 판단, 선우엠티를 신사업본부와 뉴커머스본부 등 총 5개본부로 개편했다. 또 CEO와 CSO 등이 어펄마캐피탈 임원과 매주 '오퍼위원회'를 열어 원육 재고관리 및 판매계획을 검토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집단 의사결정체제를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선우엠티의 자금조달 방식도 개선됐다. 현재 대부분의 육류 유통업체는 이자율이 15%에 달하는 제2금융권의 미트론(meat loan, 육류재고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선우엠티의 미트론 의존도를 줄여나갔고, 그 대신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한 유산스(usance, 수입신용장) 방식을 도입했다. 현재 11곳의 제1금융권에서 유산스 포함 6천만 달러(약 712억원)의 수입한도를 갖고 재고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육류재고비율 5%P 감소 등 '수치가 입증'

어펄마캐피탈이 시도한 변화는 선우엠티의 재무데이터에 착실하게 반영되고 있다. 2017년 1400억원, 2018년 1835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8년 말 어펄마캐피탈이 인수한 이후인 2019년엔 3147억원으로 급증했다.

2018년 5개 관계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매출액이 2040억원 가량임을 감안해도 매출 증가세인 것이다. 올해 매출은 40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매출액 대비 육류재고비율도 2018년 21%에서 지난해 16%로 일년만에 5%포인트 감소하면서 눈에 띄게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선우엠티는 올해 하반기 계획도 탄탄하다. 우선 냉동 물류창고를 확보하고, 앵거스박 쇠고기상점도 최대 30곳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 수입육 원산지를 미국뿐 아니라 호주 등으로 다양화하고, 고기 종류 역시 돼지·닭·양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선우엠티 관계자는 "가공공장 인수 등을 먼저 완료해 판을 짜놔야 '수입에서 소비자 식탁까지' 전달할 수 있는 흐름을 파악해 물류창고를 확보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물류창고까지 매수하고 나면 선우엠티는 벨류체인 간 시너지를 통해 종합 육류·식자재 전문기업으로 한걸음 더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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