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는 예고편…사랑제일교회發 감염 더 위험한 까닭

입력 2020-08-19 17:31   수정 2020-08-20 00:56


“최근 수도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지난 2~3월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 발생 때보다 더 큰 위기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의 진단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은 대구·경북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 등을 통한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산을 이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에서 ‘깜깜이 감염’이 속출하는 등 곳곳에서 조용한 전파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절반 쏠린 수도권에서 확산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낮 12시 기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623명이다. 전국 각지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곳은 광주, 세종, 경남, 울산, 제주 등 다섯 곳뿐이다.

환자 상당수가 격리되지 않고 일상활동을 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때와는 다르다. 신천지 대구교회 등을 통한 집단감염자는 5214명에 이른다. 하지만 확진자 상당수가 집에 격리돼 검사를 받았다. 방역당국이 사랑제일교회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2차 집단감염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신한생명보험 콜센터 등은 물론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으로도 퍼졌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근무하거나 방문해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하는 곳만 114곳에 이른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중 상당수가 지난 8일과 15일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것도 위험 요인이다.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뒤 확진된 사람은 지금까지 10명이다. 잠복기를 고려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인구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에 감염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수도권 인구는 2593만 명에 이른다. 대구와 경북 인구를 합쳐도 507만 명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대구에 비해 수도권은 전국 생활권인 지역”이라며 “인구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확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증식력 높은 바이러스 유행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 미국 등을 거쳐 변이된 것도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때 국내에 유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V그룹이다. 지난 4월 초까지 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퍼졌다.

5월 이후 국내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럽·미국형인 GH그룹이다. 영국 연구진 등에 따르면 GH그룹 바이러스는 V그룹보다 세포 증식력이 2.3~9.6배 정도 높다. 권 부본부장은 “다양한 인체 장기에 대한 세포 실험에서 증식력이 증가했다”며 “다만 치명률이나 중증률은 다른 그룹과 비교해 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코로나19는 고령층에게 특히 위험하다. 신천지 교인은 20대 젊은 여성이 많았지만 사랑제일교회 교인은 고령층이 많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중 60대 이상 환자는 40%에 육박했다. 신천지 교회(14.3%)보다 높다.
느슨해진 경각심 파고든 코로나19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2월 중순이지만 이 교회에서 코로나19 전파는 1월 말부터 이뤄졌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했다. 조용한 전파가 뒤늦게 확인된 사례다. 사랑제일교회도 마찬가지다. 첫 확진자가 확인된 것은 지난 12일이지만 방역당국은 7월 말부터 이곳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경각심이 느슨해진 것도 위험 요인이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답한 사람은 7월 마지막 주 46%였다. 7월 첫째 주 74%에서 28%포인트 떨어졌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유행이 본격화되던 2월 말 91%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스스로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사람도 12%에 불과했다. 2월 말에는 28%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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