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도 폰 속으로…박새로이 '단밤포차의 비극' 사라질까 [조수영의 테크IT수다]

입력 2020-08-20 09:55   수정 2020-08-20 15:36

올 상반기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이태원클라쓰'. 서울 이태원의 작은 실내포차 '단밤'을 배경으로 주인공 박새로이가 성공과 복수를 한번에 이뤄내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영웅에게는 시련이 따르기 마련이죠. 단밤 개업 뒤 그에게 닥친 첫번째 시련은 신분증 검사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조이서는 위조한 신분증으로 단밤에 입장해 술을 마십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들이닥치고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들키게되죠. 이 사건으로 단밤은 2개월 영업정지를 당해 존폐위기를 겪습니다.



만약 조이서가 휴대폰 안에 보관된 모바일 신분증을 제시해야 했다면 어땠을까요? 위조 신분증을 사용할 수 없을 뿐더러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아 술집 출입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박새로이가 억울하게 영업정지를 당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지갑이 필요없는 '월렛리스(walletless)' 시대의 마지막 퍼즐인 모바일 신분증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동통신3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본인인증 앱 '패스'에 운전면허증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새로 발급받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확인 서비스'가 첫걸음입니다. 통신3사는 최근 '패스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서비스 출시 50여일 만의 성과입니다.

신용카드, 현금, 포인트카드, 명함 등 우리 지갑을 빵빵하게 채우던 것들은 이미 상당부분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를 담아 현장결제까지 대신하고 있죠. 카카오.네이버페이는 현금 역할도 일정부분 대신하고 있습니다. 명함관리 앱 '리멤버'는 지갑을 두둑히 채우고 있던 명함도 스마트폰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죠.

반면 신분증은 아직까지 실물카드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사진 등 개인정보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만큼 보안 위험이 크기 때문이죠. 해킹이나 남.오용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큰 과제였습니다.

패스앱에 도입된 모바일 운전면허증 확인서비스는 본격적인 모바일신분증 시대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특정 편의점, 운전면허시험증 등 제한된 공간에서 신분증으로서의 기능을 대신하며 전자신분증 시대를 대비하는 서비스인 셈이지요.

이용방법은 간단합니다. 패스앱에 접속해 오른쪽 상단에 있는 '패스 모바일운전면허 확인서비스'를 선택하면 사진촬영을 통해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에 등록된 이름,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와 운전면허증 정보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앱 내에 면허증이 등록됩니다. 등록까지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사용자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 1대에 통신사 1곳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QR코드와 바코드로 구성된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캡처방지 기술이 적용됩니다. 캡처해서 타인이 남용할 수 없도록 원천차단하기 위해서지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코드는 초기화돼 재사용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바탕이 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 입니다. 패스앱에서 면허증 발급 신청이 뜨면 도로교통공사, 경찰청에 마련된 전용 서버와 실시간으로 연결됩니다. 그 뒤 앱 안에 저장된 개인정보에 대한 키와 에 각 기관 서버에 저장된 키를 비교해 인증과정을 거칩니다. 사진, 이름, 유효기간 등 정보가 일치하면 모바일 면허증이 발급됩니다.

편리함과 보안위험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하지요. 통신사 관계자는 "패스앱에 운전면허증 기능을 넣으며 가장 신경쓴 부분이 보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등록된 운전면허증의 모든 정보는 폰 안전영역에 암호화돼 보관됩니다. 패스앱 이용자가 번호를 바꾸거나 통신사를 옮기게 되면 기존 패스앱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함께 삭제됩니다. 개인정보가 오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패스의 모바일 운전면허 서비스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아직 공인 신분증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패스는 통신3사가 본인확인을 위해 개발한 사설인증 앱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과 협조를 통해 특정 분야와 장소에서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신분증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일부 분야에 한해 신분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정받은 덕분이죠. 편의점에서 성인 인증, 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운전면허증 갱신이나 재발급, 영문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때 실물 면허증 대신 쓸 수 있습니다.

패스 모바일면허증을 가장 환영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통신사측은 편의점 업계라고 소개했습니다. '이태원클라쓰'에서 보여진 단밤포차의 비극이 자주 일어나는 곳 중 하나가 편의점이기 때문이죠. 술, 담배 등을 미성년자에게 판매한 사실이 적발되면 사업상에 큰 타격을 받습니다. 패스 모바일면허증은 CU와 GS25 편의점 모든 매장에서 주류나 담배 구입 시 성인 여부 확인을 위한 신분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모바일신분증이 더욱 보편화되면 위조 신분증에 속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사업자들의 위험부담도 줄어들게 되는 셈이죠.



KT는 한발 더 나아가 가입, 기기변경 서비스에도 패스앱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KT 가입자들은 휴대폰 기기변경과 유무선 서비스 가입·변경 및 해지 업무를 진행할 때 실물 신분증 없이 KT 패스 모바일운전면허만 제시하면 됩니다. KT 관계자는 "신분증이 필요한 모든 업무에 패스 모바일운전면허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신3사는 현재 패스 모바일 면허증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경찰청과 협의 중입니다. 올해 안에 교통경찰 검문, 렌트카 등 공유차량 이용, 국내 항공기 탑승 시에도 활용하기 위해서죠. 통신사 관계자는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가 일시 정지 혹은 취소됐을 경우 실물 면허증으로는 확인이 어려워 교통 검문, 렌트카·공유차량 이용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며 "모바일 면허증은 경찰청 데이터베이스(DB) 상태가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정지·취소 여부가 실시간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바일신분증은 빠르게 확대될 전망입니다. 내년 말에는 정부발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행정안전부는 통장계좌 개설 등 금융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정식 신분증으로 인정해준다는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독일을 시작으로 모바일 전자신분증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일은 올해 안에 국가 전자신분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에 관련 솔루션을 탑재하기 위해 독일 연방 정보보안청(BSI)과 국가신분증을 제조하는 독일 연방 조폐 공사(bdr), 도이치텔레콤 시큐리티와 협업중입니다. 개발이 완료되면 갤럭시S20 시리즈는 독일 연방 정보보안청의 전자신분증 보안 기준을 충족하는 최초 스마트폰이 된다고 삼성전자측은 설명했습니다. 이 전자신분증에는 국가가 발행하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건강보험증 등 모든 신분증을 포괄될 예정입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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