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해부] K-바이오 이끈 국내 49개 진단키트업체

입력 2020-08-26 19:25   수정 2020-08-26 19:33



한국 보건산업 수출액이 조선, 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표 산업들의 수출액을 뛰어넘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 보건산업 수출액은 17억5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제품 16억 달러, 선박류 14억 달러, 디스플레이 13억 달러보다 많다. 진단제품은 보건산업의 성장을 이끈 ‘K-바이오’의 주역으로 꼽힌다. 지난 상반기 국내 진단제품 수출액은 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수출액인 1억2000만 달러 대비 6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표 진단키트 업체로 꼽히는 씨젠은 코스닥 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진단키트 업체들의 성공 요인과 사업 전략을 살펴봤다.
국내 유행 전부터 진단키트 개발
한국 업체들이 코로나19 진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데는 업계의 발 빠른 대응이 컸다. 피씨엘은 지난해 11월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때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중국 협력사들에게서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며 “지난해 11월 호흡기 질환이 유행할 거란 예측을 듣고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서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되던 지난 2월부터 코젠바이오텍, 씨젠을 시작으로 바이오니아, 랩지노믹스 등도 진단키트를 속속 내놓았다. 3월 들어 이탈리아, 미국 등 전세계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해외에선 일일 확진자 수를 약 1000명에서 50명 이하로 대폭 줄인 한국의 방역 성과에 주목했다. 중국산 진단키트가 정확도 문제로 논란이 된 가운데 한국산 진단키트를 구매하겠다는 해외 문의가 쏟아졌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지난 4월 카타르 보건당국 요청으로 진단키트는 물론 현장 진단 시스템 등도 제공했다”며 “요청 후 1주만에 장비를 공급하고 현지로 엔지니어 2명을 급파하는 등 신속한 대응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수출한 국가는 미국, 브라질 등 173개국에 이른다. 지난 1월 21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 4월 2억6600만달러로 11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액 1220억원, 영업이익 224억원을 올렸던 씨젠은 올해 1분기에만 매출액 818억원, 영업이익 398억원을 올렸다. 지난달 기준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수출용 허가를 받은 국내 업체는 49곳에 달한다.
경쟁 심화로 성장 둔화 우려도
진단 제품은 면역진단인 항체 진단과 항원 진단, 분자진단인 실시간 종합효소연쇄반응(RT-PCR) 방식 세 가지가 있다. RT-PCR 세 방식 중 정확도가 가장 높다. 검체에서 추출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증폭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별도 검사 장비가 필요하고 결과가 나오는 데 3~6시간이 걸리는 게 단점이다. 이 방식으로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데는 1~2주면 충분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속도가 빠르다 보니 가격 하락도 빨랐다. 지난 2월 테스트 1개 당 20달러에 육박했던 RT-PCR 진단키트 가격은 5월 들어서는 공급가가 5~7달러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최근에는 2~3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미국 유럽은 물론 베트남 등에서 자체 개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항체 진단 제품들도 2분기 들어 중국산 제품들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항체 진단은 환자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15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오고 별도 의료 장비가 필요 없다. 하지만 정확도가 80% 수준에 불과하고 감염 후 3~7일 지나야 감염 확인이 가능하다. 국내 진단키트 수출액은 4월 2억6600만달러로 정점은 찍은 뒤 5월 1억8800만달러, 6월 1억6800만달러로 감소 중이다. RT-PCR 방식, 항체 진단 방식 모두에서 경쟁 심화로 가격 하락과 물량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항원 진단키트를 내놓은 업체들도 있다. 항원 진단은 검체에 있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검사해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검사 시간이 20여분에 불과하면서 항체 형성 이전에 감염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검체 속 바이러스의 양이 많지 않은 경우 감염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제품에 쓸 항체를 정제하는 데 두 달가량 시간이 걸리고 항체에 항원을 달라붙게 하는 기술을 일정한 수준으로 구현하기가 까다롭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항원 진단은 정확도가 뛰어난 RT-PCR 방식을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대안으로 쓰이는 편이다.

피씨엘, 바디텍메드, 젠바디, 에스디바이오센서, 래피젠 등이 항원 진단키트 수출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비비비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를 이달 중 출시한다. 세 방식으로 진단키트 모두를 개발한 업계 관계자는 “검사 장비가 충분한 선진국엔 RT-PCR 방식을, 그렇지 않은 개발도상국엔 항체 진단 방식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며 “항원 진단방식은 공항 등 빠른 속도로 조기에 코로나19 감염자를 찾아야 하는 곳에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독자 기술로 경쟁력 차별화
상당수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올 하반기에도 성과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EDGC의 관계사인 솔젠트는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핵산추출시약으로 RT-PCR 진단키트를 생산한 업체다. 진단키트에 들어가는 효소 등 7개 주요 원재료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지난 6월엔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진단키트 생산을 자동화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도 구축했다. 이 공정 기술을 적용한 제 2공장은 오는 9월 완공될 예정이다.

바이오니아는 핵산추출장비, 핵산추출시약, 진단키트, PCR 진단 장비 등 RT-PCR 방식에서 쓰이는 모든 제품들을 자체 생산해 수출하는 국내 유일 업체다. 지난달 기준 65개국에 진단제품을 수출 중이다. 유전자 시료 384개를 1시간20분만에 진단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기존 제품 대비 4배 많은 유전자 시료를 동시에 증폭하는 수준이다.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지난 2분기 매출액이 1992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수젠텍은 민감도 100%, 특이도 99%에 달하는 항체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했다. 민감도는 코로나19 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판별하는 정도, 특이도는 코로나19 음성 환자를 음성으로 판별하는 정도를 뜻한다. 항체 진단키트는 세계적으로 200여개 넘는 제품이 시장에 나왔지만 정확성 논란이 일었다.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정확성 부족을 이유로 항체 진단키트 28개 제품에 대한 미국 내 배포를 금지하기도 했다. 수젠텍 관계자는 “FDA에서 EUA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항체 신속진단키트로 EUA를 받은 업체는 10여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시장 판도를 뒤바꿀 제품들도 나온다. RT-PCR 방식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코로나19 검사를 15분 만에 할 수 있는 RT-PCR 제품을 개발했다. RT-PCR 진단키트는 유전자를 증폭하기 위해 PCR 장비의 온도를 내렸다가 올리는 작업을 등온 증폭 방식으로 대체해 검사 시간을 대폭 줄였다. 피씨엘은 휴대용 RT-PCR 진단제품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이 진단제품을 이용하면 검사자 1명이 현장에서 100명분의 테스트 물량을 30분 안에 검사할 수 있다”며 “공항, 스포츠 클럽 등에서도 RT-PCR 검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 동시 유행을 대비한 진단키트도 개발 중이다. 젠바디는 지난달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 진단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았다. 씨젠, 바디텍메드, 피씨엘 등도 독감, 코로나19 등을 호흡기 질환을 동시 검사하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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