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허가 받은 국내업체 항체 키트 아직 없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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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7 14:20   수정 2020-08-28 15:44

美 FDA 허가 받은 국내업체 항체 키트 아직 없는 까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하지만 미국서 항체진단키트 정식 판매 허가를 받은 국내 업체는 아직 없다. 수백억원의 분기 매출을 올리는 항체진단키트 업체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미국 시장만 유독 문턱이 높다. 분자진단키트에선 국산 제품 14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것과 대조된다.
혈액으로 진단하는 항체진단
코로나19를 진단하는 키트는 분자진단, 면역진단인 항체진단과 항원진단 세 종류가 있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 중 70%가량은 분자진단 방식인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각각 2748억원, 1399억원의 매출을 올린 씨젠과 오상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RT-PCR 방식은 콧물이나 가래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이 검체 속에 있는 바이러스엔 리보핵산(RNA)이라는 유전 물질이 있다. 이 RNA에 담긴 유전 정보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대조하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이 진단 방식은 검체 속 바이러스를 직접 검사하므로 감염 초기에도 확진자를 선별할 수 있다. 정확도도 95% 내외로 세 진단 방식 중 높다. 하지만 분석을 위해 별도 실험 장비가 있어야 하고 결과가 나오는데 6시간가량이 걸리는 게 단점이다.

항원진단키트도 코나 목 속에서 채취한 검체를 이용한다. 키트에 검체를 떨어뜨리면 바이러스 항원이 키트에 탑재된 항체와 결합하면서 감염 여부가 표시된다. 임신진단키트와 비슷한 원리다. 이 방식은 별도 실험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데다가 10~15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정확도가 40~80%에 그치는 게 단점이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바이러스 항원에 잘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어야 하지만 항체 개발에만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은 4개에 불과하다.

또 다른 방식이 항체진단키트다. 앞선 두 방식과 달리 혈액에서 분리한 혈청을 검체로 쓴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이를 막기 위해 이뮤노글로블린M(IgM)과 이뮤노글로블린G(IgG)라는 항체를 형성한다. IgM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가장 먼저 생기는 항체다. 세포 표면에 달라붙어 세포의 신호 전달을 활성화한다. 이 항체가 형성됐다면 최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걸 의미한다. IgG는 바이러스와 결합해 면역세포를 바이러스로 유도하는 항체다. 체내 항체 중 70~75%을 차지한다. 혈액을 분석해 이 두 항체의 형성 여부를 확인하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검사 시간이 15분가량에 불과하고 별도 실험 장비가 없어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항체가 형성되는 데는 감염 이후 3~10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 감염자를 잡아내는 데는 쓰기 어렵다. 정확도는 70~90% 수준이다.

항체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은 개발도상국 위주로 항체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검사 정확도가 높은 RT-PCR 진단 방식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의료 여건이 열악해 실험 장비가 부족한 국가에선 RT-PCR 진단키트를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면역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쓰이기보다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항체진단키트가 활용되는 셈이다.
중국산 항체 불량에 높아진 美 문턱
국내 업체들은 5월 초까지만 해도 미국에 항체진단키트를 공급했다. FDA는 제품 등록만 거치면 승인 없이도 현지 의료진의 재량에 따라 항체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빠른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에서 항체진단키트로 등록된 제품은 250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중국산 항체를 사용한 제품 위주로 불량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감염자를 잡아내지 못하는 위음성 사례가 속출하자 지난 5월 FDA는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아야만 항체진단키트 사용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한국 기업도 덩달아 역풍을 맞았다. FDA는 제품 등록이 돼 있는 업체들에게 5월 20일까지 EUA를 신청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업체 중 최소 8곳이 EUA를 신청했다. 이후 미국에서 EUA를 획득한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 제품은 세계적으로 40개가 나왔다. 국내서는 코스닥 상장사인 엑세스바이오가 유일하다. 엑세스바이오는 미국 뉴저지주에 본사를 둔 한상(韓商) 기업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데 국내서는 자회사인 웰스바이오가 생산을 맡고 있다.

국내 항체진단키트 업체에서 EUA 승인이 아직 나오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업체가 EUA를 신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 열흘새 FDA에 EUA를 신청한 업체는 세계적으로 200여곳에 달한다.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진단키트 성능 평가를 위해 미국 보건당국이 준비해뒀던 검체 패널도 부족해져 새 검체 패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통상 한두 달이 걸리던 EUA 검토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FDA에 EUA를 신청했던 바디텍메드는 다섯 달이 지나도록 평가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제품에 이상이 있거나 제출 서류가 미비한 것도 아닌데 일정과 관련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휴마시스도 지난 5월 신청한 EUA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감도 90%, 특이도 95% 넘어야
FDA는 민감도 90%, 특이도 95% 이상인 제품에 한해 EUA를 내주고 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통상 항체진단키트의 민감도인 80% 수준보다 높은 민감도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민감도는 코로나19 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판별하는 정도, 특이도는 코로나19 음성 환자를 음성으로 판별하는 정도를 뜻한다. 양성이 나와야하는 검체 샘플 30개와 음성이 나와야 하는 검체 샘플 80개로 구성된 패널에서 진단키트가 IgG와 IgM를 검출한 결과에 따라 민감도, 특이도를 평가한다. 젠바디와 에스디바이오센서에서 EUA를 신청했던 항체진단키트는 민감도가 각각 60%, 77%가 나오면서 평가 기준에 미달했다. 이들 업체는 EUA를 재신청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EUA가 잘 나오지 않는 데는 유독 항체진단키트에서만 평가 절차가 까다로워진 탓도 있다. RT-PCR 방식 진단키트는 현지 의료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EUA 획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FDA는 미국 국립암센터(NCI)나 국립보건원(NIH) 등 현지 의료기관을 통해 평가를 진행한 제품에 대해서만 EUA를 내주고 있다. 수젠텍은 평가 중 NCI에서 발생한 착오로 인해 7월 말 EUA를 재신청했다. NCI의 평가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RT-PCR 방식 진단키트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였다. 이 업체는 NCI에서 진행한 성능 재평가에서 민감도 100%, 특이도 99%를 기록했다.

피씨엘도 NCI 평가를 통과하고 FDA와 논의를 통해 제출 자료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디엔에이링크는 NCI에 진단키트 시료를 제출하고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민감도 95%, 특이도 100%의 평가 결과를 얻었던 만큼 EUA 획득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시장 매력 떨어져”
FDA에서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는 국내 항체진단키트 업체가 나오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별다른 지연이 없다면 FDA의 평가 기준을 만족한 업체들 가운데서 이번달 중 EUA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FDA는 EUA 검토 기한을 별도로 정해두지 않았다. EUA 획득 시기가 다음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 21세기 들어 전례가 없던 감염병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EUA 획득 시기를 가늠해 볼 만한 사례도 마땅치 않다.

대부분의 항체진단키트 업체들에게 미국이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 국내 업체들의 주력 시장이 된 개발도상국과 미국에서 항체진단키트를 사용하려는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항체진단키트는 중남미, 아시아에선 RT-PCR 방식의 대안으로 주로 쓰인다. RT-PCR 방식의 검사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국가에서 감염자를 찾아내려는 용도로 항체진단키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RT-PCR 방식으로 잡아내지 못한 감염자를 찾아내거나 감염 이력, 면역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항체진단키트를 활용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항체진단을 초기 진단용으로 쓰려는 국가에선 가장 빨리 형성되는 항체인 IgM을 잡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면역 여부를 확인하려는 국가에선 IgG를 주로 본다”며 “항체진단키트 수요가 진단용으로 쓰는 국가에서 더 많은데 굳이 IgG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높이면서까지 미국 시장에 집중할 만한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항원진단키트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 바디텍메드, 피씨엘 등이 대표적이다. EUA를 받은 항원진단키트가 4개 제품에 불과한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얻을 수 있는 위상 제고와 시장 선점 효과도 더 크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비비비, 휴마시스와 공동 개발해 항원진단키트 개발을 마쳤다. 바디텍메드는 미국 현지에서 항원진단키트 임상을 진행 중이다. 바디텍메드 관계자는 “이달 말 임상이 끝나는 대로 EUA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피씨엘도 FDA에 허가를 신청하고 EUA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18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항원진단키트가 해외 거래처에서 가장 많이 찾고 있는 주력 제품"이라며 "카타르 보건당국인 HNC가 최근 공식제품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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