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흑인 폭동 막은 RFK의 즉흥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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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03 17:47   수정 2020-09-04 02:54

[책마을] 흑인 폭동 막은 RFK의 즉흥 연설

로버트 F 케네디의 이름 앞엔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동생, 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섰다가 암살당한 정치인, ‘케네디가(家)의 저주’ 희생양…. 미국에서 그는 리버럴 정치인의 상징이자 인종차별주의에 맞선 혁명적 아이콘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미국 역사학자 서스턴 클라크의 《라스트 캠페인》은 로버트 케네디가 42세 나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1968년 3월 16일부터 그해 6월 5일 총격으로 숨질 때까지 82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JFK의 동생’이란 후광에서 벗어나 ‘RFK’로 홀로 서 흑인 차별과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며 진보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팔레스타인계 미국 남성 시르한 시르한의 총에 맞아 숨질 때까지의 여정을 날짜순으로 현장감 있게 정리했다.

저자는 “2020년의 미국은 1968년의 미국과 닮았다”고 말한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강타했는데 1968년엔 홍콩발 인플루엔자(H3N2)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와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이 있었고, 1968년엔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살해당했다. 2020년과 마찬가지로 1968년에도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로버트 케네디는 그 혼란 속에서 대선에 출마했다.

로버트 케네디의 대선 연설 중 가장 유명한 건 마틴 루서 킹 목사 추도연설이다. 킹 목사가 암살된 1968년 4월 4일, 그는 인디애나주의 주도 인디애나폴리스의 흑인 집중 거주지에서 보좌관이 작성한 원고를 내려놓고, 즉흥 연설로 대신했다. “그 옛날 그리스인들이 남긴 말에 귀 기울입시다. 인간의 야만성을 다스리고, 이 세상에서의 삶을 순화시키자는 말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전념하고, 미국과 미국인을 위해 기도합시다.”

저자는 로버트 케네디가 인종, 빈곤, 무분별한 전쟁에 대해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다뤘다는 면에서 혁명가에 가까운 대선주자였다고 본다. 형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풍선 터뜨리는 소리만 나도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는 점도 전한다.

책 후반부에선 로버트 케네디의 이미지에 기댄 정치인들을 꼬집는다. 저자는 “로버트 케네디는 유령이 돼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대통령선거 때마다 다시 나타났다”며 “민주당 내에서 싸움이 벌어질 때면 케네디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유령을 불러냈다”고 지적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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