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상권 지형을 바꿔 놓고 있다. ‘소비 후 퇴근’에서 ‘퇴근 후 소비’ 문화로 바뀌면서 서울 명동 등 ‘A급지’ 상권이 몰락하고, 하급지로 꼽히던 주택 밀집지 인근 점포들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섰다. GS25 서울 신당동점이 지난해 전국 1만4000개 점포 중 매출 21위에서 올해 5위(8월 말 기준)로 껑충 도약한 게 대표적 사례다.
그 이유는 동네 상권 매출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GS25의 지난해 매출 톱5 점포는 서울 홍대(유흥)와 인천 부평(주거복합), 서울 여의도(오피스), 인천공항(특수시설), 경기 분당점포(유흥)였다. 올해(1~8월)는 부평, 여의도, 홍대, 서울 가락동(주거복합), 신당동점포(주거복합)로 바뀌었다. 배후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끼고 있는 가락동점과 신당동점이 지난해 14위와 21위에서 올해 톱5 안으로 들어왔다.
명동, 신천 등 A급지로 불렸던 곳들은 권리금이 연초 대비 30%가량 떨어졌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광화문 교보빌딩까지 1층에 ‘임대 팻말’이 붙은 건물만 23개”라며 “지하 또는 2층 이상 가게들의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이 큰 외식업체들 중에서도 주거지 인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원할머니보쌈·족발이 대표적이다. 이 프랜차이즈 업체는 올해만 가맹점을 40여 개 늘렸다. 제너시스BBQ치킨도 최근 시작한 배달전문 매장(BBQ 스마트치킨)을 포함해 총 150여 개 매장이 더 늘었다.
중고거래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당근마켓의 성공 비결도 ‘우리끼리 문화’와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 대상을 동네 주민으로 한정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인 게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근무 형태가 출근제에서 재택근무로 바뀌는 점도 소비 패턴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SK텔레콤 롯데쇼핑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으로 확산 중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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