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승 압박감 떨쳐낸 안나린…92전93기 끝에 '신데렐라'로

입력 2020-10-11 18:02   수정 2020-10-12 00:37


11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오텍캐리어 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열린 세종시 세종필드GC(파72·6676야드). 17번홀(파3)에서 1.8m 버디 퍼트가 홀컵에 떨어지고서야 안나린(24)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뒤집힐 가능성 제로(0)’로 점쳐지던 10타 차 선두는 한순간에 신기루처럼 무너지는 듯했다. ‘슈퍼 루키’ 유해란(19)이 버디 9개를 몰아치며 2타 차까지 맹렬하게 추격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 버디로 막판까지 심장을 두드리던 추격전은 3타 차로 느슨해졌다.
92전 93기에 달성한 데뷔 첫승
안나린이 2017년 데뷔 이후 93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첫 번째 우승을 거뒀다. 안나린은 이날 경기에서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보기 3개를 내주며 몰리다가 막판에 버디 3개를 쓸어담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선두를 끝까지 지켜냈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안나린은 2위 유해란을 4타차로 따돌리며 ‘92전 93기’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했다. 우승상금 1억4400만원을 챙긴 안나린은 상금랭킹을 20위에서 7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첫 우승의 의미는 특별하다. 이번 대회에는 이정은(24), 유소연(30), 고진영(25) 등 코로나19로 국내에 머물던 세계적 강자들이 줄줄이 출전했다. 이 정글 속에서 2위와의 격차를 10타까지 벌려놨다. 우승은 ‘떼논 당상’처럼 보였다. 앞서 열린 2, 3라운드에서 7타씩 줄인 덕분이었다. KLPGA투어 역대 최다 격차로 챔피언조 경기에 들어선 그는 1번홀(파4)에서 파를 잡으며 무난히 출발했다. 하지만 3번홀(파4)에서 드라이브 샷이 밀리며 러프에 빠졌고, 세컨드샷이 핀과 30m 거리에 떨어지며 3퍼트를 하고 한 타를 잃었다. 난공불락 같던 안나린이 흔들리는 틈을 유해란이 파고들었다. 한 조 앞서 출발한 유해란은 4번홀(파4)부터 신들린 버디쇼를 펼치기 시작했다. 5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1.7m에 붙이며 연속 버디에 성공한 그는 7번홀(파4)과 8번홀(파3)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으며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유해란이 10번(파4)과 11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자 안나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12번홀(파4)과 13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것. 유해란이 14번홀(파5)에서 탭인 버디에 성공하자 두 선수의 격차는 2타까지 좁혀졌다.
세계 랭킹 1위도 못 막은 선두질주
안나린은 14번홀에서 전략적 승부수를 던졌다. 2온이란 모험 대신 평소 자신있는 웨지샷으로 버디 공략에 나선 것. 95m 거리에서 친 웨지샷은 홀 2m에 붙였고, 버디퍼트를 성공한 뒤 안나린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안나린은 “14번홀에서 리더보드를 본 뒤에야 유해란의 추격을 확인했고,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가장 자신있는 방법으로 홀을 공략한 것이 통했다”고 말했다. 승기를 잡은 안나린은 17번홀에 이어 18번홀(파4)에서도 버디 퍼트를 떨구며 첫 우승을 자축하는 축포를 쐈다. 안나린은 “모든 것이 뜻대로 된 대회였다”며 “사람들이 잘될 때 말하는 ‘그분’이 오신 대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나린과 챔피언조에서 같이 경기를 한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올 시즌 상금 랭킹 2위 임희정(20)은 안나린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고진영은 이날 버디 4개,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7언더파 공동 3위에 오른 고진영은 올 시즌 최고 성적을 거뒀다. 고진영은 다음주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KB스타챔피언십에서 다시 한 번 우승 사냥에 나선 뒤 11월 중순 열리는 펠리컨 챔피언십에 참가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 복귀한다는 계획이다.

선두에 13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임희정도 이날 3타를 줄이며 7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날 상금으로 5200만원을 챙긴 임희정은 동갑내기 ‘절친’ 박현경(20)과의 상금 격차를 2500만원으로 줄이며 상금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세종=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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