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도입되면 다국적기업 세 부담 최대 800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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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13 11:51   수정 2020-10-13 13:29

"디지털세 도입되면 다국적기업 세 부담 최대 800억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이 확정되면 다국적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연간 최대 90조원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 대기업도 일부 세 부담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내용은 OECD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디지털세의 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에 담겼다. OECD는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한세의 연간 세수 증대 효과를 470억~810억달러로 추산했다. 현재 전세계 법인세 수입의 1.9~3.2% 수준이다.
싱가포르·홍콩 등 진출 대기업 세 부담 늘 듯
글로벌 최저한세의 세수 효과만 420억~700억달러에 이르렀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그동안의 OECD 세제 개편 논의에서 디지털세보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지만 세 부담 증가 측면만 보면 디지털세보다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이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최소한으로 내야 할 법인세 수준을 정해놓고 기준에 못 미치는 차액에 대해 추가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다국적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나 조세회피처에 자회사를 세워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최저한세율은 실효세율 기준 10~15% 수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OECD는 같은날 발표한 '디지털세 청사진'에서 최저한세율의 주요 예시로 12.5%를 들었다.

싱가포르, 홍콩, 아일랜드, 영국 등에 진출한 대기업은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나라들은 법인세 법정 최고세율이 12.5~19% 수준이어서 실효세율은 10~15%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과세 대상은 직전 회계연도 세계 매출 7억5000만 유로 이상 대기업이다.

OECD는 저세율 국가에 세운 자회사에 비용 처리가 되는 경비 등을 보내 세 부담을 줄이는 행위도 제한하기로 했다.

최저한세에 따른 추가 과세액은 모회사가 있는 국가에 납부한다. 국내 대기업의 아일랜드 자회사에서 100억원의 추가 과세액이 나온다면 이 세수는 한국 정부에 귀속된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세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OECD 논의 과정에서 저세율 국가에 자회사를 세웠지만 정상적인 사업 활동을 하는 경우까지 세 부담을 강화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OECD는 인건비나 감가상각비는 추가 과세액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디지털세 무산되면 더 큰 혼란"
디지털세의 세수 효과는 50~120억달러로 추산됐다. 디지털세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 제도가 '증세'보다 '과세소득 분배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제도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만 주로 세금을 내고 해외에선 세금을 거의 안 낸다. 해외엔 물리적 실체가 있는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는 게 디지털세다. 본국에서 내는 세금을 줄이고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세계 각국에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게 하자는 것이다. 구글은 미국에서도 과세가 안되는 소득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세금 부담이 '순증'할 확률이 높다.

OECD 중간 합의안에 따르면 소비자 대상(B2C) 제조업 대기업도 디지털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지금도 해외 자회사도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있는 기업은 총 세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 다만 '디지털세 과세이익 배분' 공식에 따라 세율이 높은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지만 총 부담세액이 다소 오를 수는 있다.

정부 차원의 유불리는 유동적이다. 구글 등 외국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은 늘어난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내야 할 세금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국내 세수는 줄어든다.

OECD가 국제조세 개편 논의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본격적인 과세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부적인 과세 기준을 놓고 각국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OECD가 세제 개편안 확정 시점을 올해말에서 내년 중반으로 미룬 이유가 여기 있다.

특히 디지털세를 둘러싼 갈등이 심하다. 디지털세를 확정하려면 과세이익 배분 공식이 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디지털기업에 유리하게 공식을 만들려고 하고 유럽연합(EU)과 개발도상국은 B2C 제조업 기업에 유리하게 설계하려 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세 중간 합의안에선 '제조업 기업은 해외 배분 과세소득이 적게 나오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다'는 내용이 담기긴 했다. EU와 한국 등의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세부 제도를 만들 때는 미국이 제조업에 유리한 제도 설계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한세는 국제 조세 제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로 불린다. 기업 입장에선 이런 변화 자체가 '리스크'다. 한국 기업은 디지털세로 총 부담세액이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고 A국에 내던 세금을 B국에 더 내고 하는 모든 과정들이 비용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디지털세 논의가 무산되면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 등은 디지털세 논의가 지연되자 '디지털서비스세'라는 별도의 세금을 신설했다. 디지털기업의 자국 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물리는 것이다. 이들 나라 대부분은 미국이 반발하자 시행을 유예하긴 했지만, 디지털세 합의가 무산되면 시행을 강행할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디지털서비스세 강행이 현실이 되면 기존에 계획이 없던 국가도 너도나도 디지털세서비스를 신설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OECD는 디지털세 논의가 무산되면 디지털서비스세 과세 경쟁이 붙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준/구은서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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