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나비효과…직장인들 재택에 양들이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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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16 11:00   수정 2020-11-14 00:31

코로나의 나비효과…직장인들 재택에 양들이 위태로워졌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남성복 디자이너다. 그가 만든 수트 가격은 7000유로(약 1072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쿠치넬리는 최근 수개월 동안 수트를 입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쿠치넬리는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부터 집에서 지냈다"며 "지금 입고 있는 재킷이 그때 이후 처음 입는 재킷이다"고 말했다.

길거리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결혼식·파티 등 각종 모임이 줄어든 탓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격식을 차리는 옷보다는 트레이닝복처럼 편한 옷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장 수요가 급감하면서 호주 양모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최대 메리노 양모 생산국인 호주도 그 중 하나다. 양(羊) 품종 중 하나인 메리노는 털의 품질이 뛰어나다. 메리노 양모는 가볍고 부드러워 고급 양복이나 스웨터, 골프의류 소재로 쓰인다. 땀을 잘 흡수하고 배출해 통기성도 우수하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예컨대 모 원단으로 만든 수트 한 벌이 80만원이라면, 같은 디자인의 메리노 양모 제품은 100만원 이상에 판매된다.

메리노 양모 가격은 급락했다. 지난달 초 기준 호주 메리노 양모 가격은 ㎏당 8.58호주달러로 2019년 초(20.16호주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는 10호주달러 정도로 회복된 상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4500마리 규모의 양 목장을 운영하는 데이브 영은 "언제까지 양모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처지"라며 " 양모 대신 양고기를 공급하는 쪽으로 사업을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양 목장들이 도축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의류업계는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멘스웨어하우스, 브룩스브라더스, TM르윈 등 비즈니스 복장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지난 수 개월간 점포를 폐쇄하거나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소매 컨설팅업체 코어사이트리서치는 올해 미국 내 2만~2만5000개 의류 매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9만8000개)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최고급 맞춤 정장 가게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영국 런던의 새빌 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재단사인 재스퍼 리트먼 씨는 "주요 고객들은 변호사와 은행가들이었는데, 다들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매년 수트 200벌 정도를 주문받았는데 올해에는 63벌에 불과하다"고 한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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