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코로나 시대, "디지털로 가거나 망하거나"

입력 2020-10-22 18:19   수정 2020-10-24 13:28

넷플릭스, AMC, 디즈니.
미국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친숙해진 콘텐츠 기업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기 전엔 집 근처 AMC에 가서 자주 영화를 봤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엔 발길을 끊었다.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볼 때가 많아졌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에도 새로 가입했다. 기자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인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도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이들 기업의 운명을 바꿔놨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흐름 가속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시대 승자가 됐다.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영화관 기피 현상이 커지자 넷플릭스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올 2분기 전 세계 신규 가입자는 1009만 명으로 시장 예상치(826만 명)를 뛰어넘었고 매출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25%와 160% 급증했다. 3분기엔 경쟁 심화 등으로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미 CNBC는 “전투에선 졌지만 여전히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 주가도 올 들어 50%나 뛰었다. 시가총액은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업체 디즈니를 추월한 지 오래다.

세계 최대 극장 체인 AMC는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19로 관객이 급감하고 할리우드 대작 영화 제작과 개봉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다. 관객이 없으니 대작 개봉이 안 되고, 대작이 없으니 관객이 오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올해 1, 2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냈다.

현재 미국 대부분 주(州)가 ‘영화관 셧다운(영업정지)’을 해제했지만 AMC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AMC는 최근 “미국 내 영화관 83%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관객 수는 작년보다 85%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 자금 조달이 없으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보유 현금이 바닥나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가도 올 들어 60%가량 빠졌다. 언제 감원 태풍이 불어닥칠지 모른다.

디즈니는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에서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12일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스트리밍 중심 회사’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영화관을 찾는 고객이 줄자 넷플릭스처럼 안방 고객 공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디즈니는 앞서 제작비 2억달러를 투입한 대작 영화 뮬란의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대신 ‘디즈니+’를 통해 유료 개봉했다.

요즘 미국에선 ‘K자 회복’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기 회복 속도가 업종별, 기업별, 개인별로 확연하게 갈리면서 알파벳 K자 모양으로 ‘승자’와 ‘패자’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과거에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윗목’과 ‘아랫목’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하진 않았다.
디지털 키워야 생존
넷플릭스, AMC, 디즈니는 코로나19가 몰고온 ‘K자 경제’의 단면이다. 코로나19는 비대면 시대를 앞당겼다. 온라인 거래가 가파르게 늘고 있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이 됐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런 흐름이 뉴노멀(새로운 정상)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시대의 생존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로 가거나 망하거나, 둘 중 하나”(스리카 레디 소나타소프트웨어 CEO)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코로나19 시대 국가와 기업, 개인의 승패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에 달렸다.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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