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금융공권력 농락한 라임·옵티머스

입력 2020-11-01 17:00   수정 2020-11-02 00:09

‘장영자 어음사기’ 및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견줄 만한 초대형 금융사기가 사모펀드에서 터졌다. 기업 사냥꾼과 폭력조직이 정치권 주변 인사와 결탁해 청와대 행정관과 금융감독원 간부를 종처럼 부리며 공권력을 농락했다.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는 공개 정도에 따라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구분된다. 공모펀드는 규제가 강한 데 비해 사모펀드는 자산 종류, 투자 규모 및 가입자 수를 제한하는 대신 규제는 줄여 운영한다. 최소 투자금 5억원을 1억원으로 낮춘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일부 주장은 외견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감독 실패를 덮을 변명으로는 구차스럽다.

사모펀드의 핵심 주체는 자산운용사다. 운용사가 수탁사와 계약을 맺어 자금관리를 위탁하고 판매사를 선정한다. 운용사의 지휘 아래 사업을 실제로 집행하는 시행사와 회계장부를 관리하는 사무관리사도 있다. 펀드 환매 중단에 대한 불똥이 수탁사와 판매사로 튀자 업무 자체를 기피하고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사모펀드는 물론 공모펀드까지 쪼그라들 조짐이다.

사모펀드 부실은 2018년 3월 옵티머스 주주총회에서 발생한 경영권 충돌과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거액 투자 경위에 대한 논란을 통해 노출되기 시작했다. 쫓겨난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베트남 순방까지 따라간 해프닝도 있었다. 사모펀드에 대한 불안이 금융권을 엄습한 상황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해묵은 키코(KIKO) 불완전 판매를 다시 꺼내 은행에 배상을 압박했으나 산업은행을 비롯한 은행 대부분이 반대했다. 싱가포르 운용사가 독일 시행사와 계약한 헤리티지와 라임 무역금융처럼 사업 실체는 분명하지만, 운영하다가 실패한 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 문제부터 먼저 꺼내 판매사 배상을 압박했는데 이는 사업 자체가 사기인 라임·옵티머스까지 판매사 돈으로 해결하려는 사전포석으로 의심될 소지가 다분하다.

판매사의 운용사·시행사에 대한 검증이 불충분했던 것은 사실이다. 판매사가 임직원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설정해 지나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 특히 운용사·시행사가 기초자산 부실화와 구조 변경을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계속한 것은 결정적 실수다. 그러나 부실 책임을 판매사에 몽땅 씌우는 것은 금융질서를 무너뜨리는 무리수다. 펀드는 예금보호대상에서도 제외되는데 이에 대한 전액배상은 보호한도가 설정된 다른 예금과의 모순적 역차별이다. 배상을 결정한 판매사 임원의 배임도 논란거리다. 배상 거론 시점에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사외이사 2인이 사임했는데 이들의 현직은 법무법인 대표와 회계법인 고문이다.

사업을 조작해 자금을 빼돌린 펀드에 대한 조사를 회계법인 실사를 핑계로 질질 끈 이유도 규명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조진형 기자의 지난 3월 31일자 A13면 기사 제목은 ‘라임 공범들 지금도 막판 돈 빼돌리기’다. 7개월의 시간을 허비하고 이제야 검찰 압수수색으로 요란하다. ‘빼돌려 숨긴 돈 찾기’의 골든타임을 누가 무슨 이유로 가로막았는지 밝혀내야 한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운용사의 기막힌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금감원 직원이 검사 일정을 사기 주범에게 일일이 보고했고 ‘검사 술 접대’ 폭로에 법무부 장관까지 끼어들어 난리다. 금융공권력을 장악한 청와대·금융감독원·검찰이 함께 엮인 희대의 사기극을 판매사 돈으로 틀어막으면 사모펀드는 물론 공모펀드까지 쪼그라들 것이다. 벤처기업의 펀드 자본조달에 장애가 생기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해지고 차입경영의 폐해는 확산될 것이다.

운용사 실세가 빼돌린 돈을 신속히 찾아내 회수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회가 신속히 특별법을 제정해 운용사 책임자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부실 책임을 조사해 은닉재산을 환수한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펀드 중심의 간접투자는 벤처 창업과 주식시장 활성화에 필수적이다. 공모펀드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모펀드는 ‘명성을 쌓은 전문적 운용자가 소수의 투자자를 모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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