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칼럼] 실감경제의 가능성

입력 2020-11-03 16:54   수정 2020-11-04 00:50

운이라면 운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에 못 나가고 집합제한으로 전시회장도 찾기 어렵게 되자 오히려 꽃을 피우게 됐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실감형(immersive) 콘텐츠산업 얘기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실감콘텐츠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의욕이 앞선 것으로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실감콘텐츠 투자 규모는 1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으로 대표되는 실감콘텐츠산업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한정된 이미지 때문에 산업 수요가 생겨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러다 올 들어 판도가 확 달라졌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대유행은 전시회도, 상담회도, 설명회도 닫아버렸다. 해외 바이어는 입국을 못 하고, 수출개척단은 출국을 못 한다. 이러니 수출은 전화 또는 온라인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더해 화상상담, 실감가상전시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고객경험 극대화라는 새 가치
실감콘텐츠 기술은 고객가치 측면에서도 새로운 혁신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전시회는 실제 전시회의 대안 정도로만 여겨졌다. ‘할 수 없이’ 가상으로 해야 하지만 고객만족도는 낮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고객 반응이 예상과는 달랐다.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실감형 전자상거래를 생각해보자. ‘실감’ 체험이 충분히 새로운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일반적인 전자상거래가 가격순 또는 상품명 순의 배열을 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감 영상은 오프라인 시장이나 상점과 같은 시장 공간을 만들어 보여준다. 마트에서 하듯이 식품관 생활관 가전제품관 등을 두루 둘러보면서 쇼핑할 수 있으니 체감이 달라진다. 2차원적인 사진이나 설명서를 보는 것에 비해 훨씬 우월한 고객가치를 주는 것이다. ‘쇼핑의 즐거움’이나 ‘우연한 발견’ 같은 것은 기존 전자상거래엔 없던 가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실감형 전자상거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만나기 어려웠던 새로운 경험을 준다. 디테일한 상품 정보다. 육류 생선 채소 등 ‘원물’은 대형마트에 가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찾을 방법이 적다. 모든 상품에 하나하나 정보를 포함시켜야 하는 온라인 거래에서 그것도 실감형 거래에선 마트 점원도 잘 모르는 원산지, 수확 시기, 칼로리 정보까지 다 읽어볼 수 있다.
성장 엔진 역할 할 범용기술로
단순히 고객가치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실감 기술은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쳐 혁신을 유발하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란 점이 특히 주목된다(SPRI 2019보고서). 범용기술이란 증기기관, 전기, 자동차, 인터넷처럼 경제 전반에 걸쳐 확산돼 생산성 향상을 유발하고 그 결과 산업 혁신에 기여하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가 실감 경제에서 승기를 잡게 되면 반도체, 한류 못지않은 선도산업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온갖 편견을 이겨내며 세계 1등으로 성장한 게임산업에서 갈고닦은 그래픽 실력 등이 저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산업적으로도 실감 영상은 새로운 경지를 열고 있다. 현재는 VR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조형물을 만들면 그대로 3D프린터로 입체 출력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범용기술이 제대로 파급효과를 내려면 그 기술의 수요자로서 기업들이 해당 기술을 잘 써야 한다. 많은 기업이 생산 유통 마케팅 판매 사후서비스까지 기업 활동 전반에 실감형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를 당장 시작해야 옳다.

실감 경제는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며 성장할 것이다. ‘가상’의 시대를 넘어 ‘실감’의 시대가 왔다. 귀사의 준비는 어떠하신지.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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