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법원이 아니라 '경영법원'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입력 2020-11-04 17:39   수정 2020-11-05 00:06

대법원이 최근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열어 16년 전 노무현 정부 때 검토했다 중단한 ‘노동전문법원’ 설립을 재추진키로 했다. 행정·가정·특허·회생법원에 이어 다섯 번째 전문법원으로 노동법원을 우선적으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립의 명분과 시급성, 산업현장에 미칠 파장을 감안할 때 대법원의 판단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노동법원을 ‘우선 설치’할 명분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 이미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판결로 노동분쟁이 95% 이상 해결(조정)되고 있어서다. 극히 일부 분쟁이 법정까지 가면서 최종 판결에 시일이 좀 더 걸릴 뿐인데, 모든 노동분쟁이 그런 것처럼 일반화해선 곤란하다. 이는 정부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법원 설립은 노동분쟁을 노동위 조정이 아니라 소송으로 끌고가라고 권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설치의 시급성을 따지자면 국제상사법원, 소년법원, 마약·가정폭력 등 치료와 사회 복귀를 돕는 치료사법 전문법원 등도 노동법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노동법원이 ‘친(親)노조 편향’을 보일 것이란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전교조 법외노조 무효, 이재명·은수미 선거법 위반 무죄 등 노골적인 친여(親與)·친노동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이를 부인하기도 어렵다. 중립·객관·형평·공정이라는 사법정의의 기초가 의심받는 현실을 더욱 심화시키고 산업현장에서 노사갈등을 더 부채질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노동법원이 아니라 ‘경영법원’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경영계의 토로를 그냥 흘려 넘길 수만은 없다. 기업 경영과 관련한 의사 결정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도 드물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세무당국의 무리한 행정처분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일이 다반사이고, 그런 고충을 겪으며 애로를 호소하는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본업인 경영 이외의 문제로 ‘괘씸죄’에 걸린 경영자들을 손쉽게 배임죄 등으로 걸어버리는 현실 또한 되풀이되고 있다.

노동법원 설치는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산업현장)’을 더 심각하게 기울게 하고, 국민경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턱대고 추진할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 3법 개정을 추진하고, 여당은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친노동·반(反)기업 입법은 물론 공기업 노동이사제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개혁 등 경제 활력을 위한 구조개혁은 뒷전이면서 대법원까지 나서 불요불급한 노동법원 설치를 추진하는 게 적절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분쟁의 특수성을 법원 판사와 공무원 자리를 늘리는 명분으로 내건 게 아니냐는 비판을 대법원은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 노동법원 설치안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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