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화려한 은막 뒤편 영화인들의 삶

입력 2020-11-05 17:37   수정 2020-11-06 03:27

혼자서 영화보는 걸 좋아한다.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 홀로 영화관에 자주 갔다. 회사 업무와 집안일에 지칠 때마다 영화는 큰 위로를 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바깥 공기를 제대로 못 쐰 지 어느덧 열 달이 지났다.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영화, 드라마가 수십 편이다. 그래도 오프라인 영화관 특유의 분위기를 대신하진 못한다. 관객의 마음이 이런데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상심은 얼마나 클까.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 세 권을 골라 봤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작가이자 편집자, 시나리오 컨설턴트인 제이미 톰슨 스턴이 영화감독, 제작자, 시나리오작가, 배우, 비평가 등 110여 명의 영화인이 말한 메시지를 모은 책이다. 서스펜스 영화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은 “내가 ‘신데렐라’를 영화로 만든다면, 사람들은 시체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감독 대니 보일은 “당신의 첫 영화가 언제나 당신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성공적이거나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지 않을 수 있지만,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 기분에 다시는 절대 다가설 수 없다”며 신인들을 격려한다. 배우 겸 감독인 워런 비티는 영화를 햄버거에 비유하며 “당신은 그런 햄버거들의 성공이 더 많은 독창적인 요리들에 자본을 댈 수 있기를 기대하겠지만, 우려스럽게도 너무 자주 그저 더 많은 햄버거들에만 돈을 댄다”고 독설을 날린다.

《영화하는 여자들》은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1990년대 이후 영화 현장에서 활약해온 분야별 대표 여성 영화인 20인을 인터뷰한 책이다.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 원장과 여성영화인모임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던 영화사 연구자 이순진이 함께 썼다.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인터뷰의 첫 테이프를 끊는다. 이어 임순례 감독, 배우 전도연·문소리·천우희 등 한국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여성 영화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미술과 촬영, 조명, 편집 등 영화를 완성하는 작업이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현장 스태프들의 구체적인 일과 고민, 노동 환경의 변화 등도 들여다볼 수 있다. “지금의 한국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내가 생각하는 여성 캐릭터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는 문소리의 지적이 뼈아프다.

《그림으로 보는 영화 제작의 역사》는 영국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애덤 올서치 보드먼이 빛과 그림자로 놀이를 하던 원시시대부터 거실에 편히 앉아 넷플릭스로 영화를 골라 보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영화 제작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일러스트로 설명한 안내서다. 일반 독자에게도 쉽게 읽힌다. 역사 이전, 19세기, 20세기, 21세기로 시대를 나눴다. 시간 흐름을 따라가면서 영화배우와 영화감독, 그리고 세트와 의상, 카메라를 비롯한 제작 장비와 기술의 발전사를 살펴본다. 저자는 “초창기의 야심만만한 설립자들부터 상업적 제국들에 이르기까지 영화 제작의 역사를 이루는 장치와 방법, 그리고 사람들을 탐구했다”고 말한다. 실제 영화 제작팀의 구성도 책 말미에 실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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