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환율경고음'…대내외 정책역량 총동원할 때다

입력 2020-11-09 17:41   수정 2020-11-10 00:30

환율 하락세(원화가치 강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 공포가 본격화하던 지난 3월 달러당 1280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 어제 달러당 1120원 선까지 무너졌다. 8개월 새 13% 가까이 빠져 이제는 1100원 선도 위협받을 정도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기본적 이유는 미국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제로금리를 2023년 말까지 유지키로 하고 재정을 대규모로 푸는 등 약(弱)달러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으로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 역시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환율 하락세가 최근 더욱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바이든이 원리원칙대로 보호무역 기조를 밀어붙일 경우 달러가치는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달러 약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이후 수출 감소세는 코로나로 인한 수요 감소도 있지만 원화 강세의 영향 역시 작지 않았다.

명심할 것은 환율이 ‘국제정치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형식상 외환시장에서 결정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국제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각국이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이라는 명목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미국이 주기적으로 환율조작국을 지정, 발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향후 원·달러 환율의 향배는 한국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여하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미국의 차기 정부와 다방면으로 소통해 한·미 관계를 더 굳건히 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간 다소 껄끄러웠던 양국 관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동맹과 다자외교를 중시하는 미국 민주당은 한국에 한·미·일 삼각협력으로의 복귀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 만약 한국이 계속 반일(反日)·친중(親中)적 입장을 취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의외의 강수를 둘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 정략적 이유로 한국에 환율카드를 직접 들이대지 않았지만 바이든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환율정책이 역대 민주당 집권 시절에 훨씬 더 강경했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 중국 제품의 우회수출 통로가 되고 있는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한국 역시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환율 문제는 외환 수급을 넘어 외교 안보 문제까지 연결돼 있다. 정부가 대내외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챙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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