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이상 대출자는 전체의 1%도 안됐다

입력 2020-11-10 17:03   수정 2020-11-11 02:05

지난달 금융당국은 은행권 전체의 신용대출 증가폭을 한 달 기준 2조원대로 묶었다. 고소득자들이 신용대출을 과도하게 끌어다 쓸 경우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들은 신용대출을 억누르기 위해 대출한도 축소와 함께 각종 금리우대 혜택도 없애버렸다. 하지만 정작 규제 명목이 된 2억원 이상 거액 신용대출자는 전체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극소수의 고소득층 대출을 막겠다며 국민 대다수의 이자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1억원 미만 차주 91.6%
1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신용대출로 2억원 이상을 빌린 차주는 전체 94만2000명(계좌 수 기준) 가운데 0.8% 수준인 8000명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액이 5000만원 미만인 사람은 74.2%(69만9000명)였다. 1억원 미만 차주까지 더하면 91.6%에 이르렀다. 누적 기준으로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현재 신용대출 전체 누적 차주는 849만9000명이었으며 대출금이 2억원을 넘는 경우는 0.8%에 머물렀다.

거액 신용대출 차주 비중이 1%를 밑돌았지만 금융당국은 규제를 강행했다. 대출한도를 4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이고, 개인별 최대 대출가능 금액을 연소득 대비 200%에서 150%로 낮췄다. 우대금리는 0.1~0.4%포인트씩 무차별적으로 깎았다. 2억원 이상 거액대출뿐만 아니라 1000만원 정도의 소액 대출에도 더 높은 이자가 붙게 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건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수익성 차원에서는 솔직히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더 오를 가능성
금융당국은 일반 신용대출 차주의 피해 우려에도 고소득 차주에 대한 ‘핀셋 규제’ 대신 광범위한 대출 규제를 택했다. 금융권에서는 ‘거액 신용대출 억제를 통한 시장 안정’이라는 금융당국의 규제 논리는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 목적은 따로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신용대출을 옥좨야 한다는 절박감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8월 개인 신용대출이 5조3000억원까지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전반적인 규제 적용엔 부정적이었다.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중에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는 게 맞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 효과를 떨어뜨리는 신용대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입장이 바뀌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신용대출을 추가로 죄겠다는 뜻까지 드러냈다. 신용대출 금리가 또다시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윤 의원은 “주택가격을 조기에 안정시키겠다며 신용대출을 과도하게 억누르면 다른 용도로 자금이 필요한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며 “불필요한 이자 부담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시장에 대한 섣부른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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