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자문에 ‘골드만’…성패는 임직원과의 ‘융합’

입력 2020-11-10 18:30   수정 2020-11-10 18:45

≪이 기사는 11월10일(17: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보행형 로봇 분야 글로벌 선두 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협상에 돌입했다. 그간 대형 M&A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앱티브와의 조인트벤처(JV) 설립에 이어 발빠른 사업재편에 돌입했다.

업계에선 가격 뿐 아니라 인수후통합(PMI) 전략 등 ‘디테일’에서 이번 인수전의 성패가 갈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해당 회사가 구글과 소프트뱅크 등 최상위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연달아 매물로 내놓은 전례가 있는 만큼, 기존 인수회사와 시너지 발휘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이번 M&A의 성패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갖추지 못한 양산 및 대량생산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점을 설득해 기존 임직원과 시너지를 이끌어 내는 데 있다는 평가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골드만삭스를 인수 자문사로,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법무자문사로 선정해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앱티브 M&A를 추진하던 시기에도 내부적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검토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인수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첫 대형 M&A로 꼽힌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래엔 회사가 자동차 50%, 개인용 비행체(PAV) 30%, 로봇 20%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로보틱스 사업의 확장 가능성에 의문을 가진 평가가 있었지만, 이번 인수가 도약점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거래의 핵심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보유한 ‘보행형(LEG TYPE) 로봇’ 분야의 원천 기술력 확보로 지목하고 있다. 그간 현대자동차는 ‘휠타입 로봇’ 기술력에선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았지만, 족보행식 로봇기술엔 전혀 발을 들이지 못했다.

한 모빌리티 분야 관계자는 "보행형 타입 로봇 기술과 휠타입 로봇 기술이 융합될 경우, 미래에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휠 타입 로봇이 주거지 근처로 택배나 음식을 배달하고, 계단 등 바퀴로 이동하기 어려운 지형엔 렉타입 로봇이 이동해 집 앞까지 배송하는 서비스 등도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람이 직접 배송하는, O2O 서비스가 일종의 과도기 단계라면, 로봇기술이 결합해 완전한 자동화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콧대 높은 기존 인력 컨트롤 가능할까? '융합' 문제 과제로

다만 현대차그룹과 본격적인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선 M&A 협상단계에서부터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기존 창업자를 포함한 경영진 및 개발인력과의 융합이 가장 큰 과제로 거론된다.

우선 구글과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테크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차례로 매물로 내놓은 회사라는 점에 대한 우려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MIT에서 분사한 후 지난 2014년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 인수됐다. 이후 2017년엔 소프트뱅크로 주인이 바뀐 이후 다시 2년여만에 M&A시장에 나왔다. 미래 기술 기업 특성상 단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회사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업계에선 인수 회사와의 융합이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즉 이번 M&A에서도 주주간 계약 등을 통해 특허 등 무형자산의 공유 문제와 인력 이탈 방지 조항 등을 이를 어떻게 구현할 지 문제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난 논란에 선 기존 모회사 소프트뱅크에 비해 현대차그룹 하에서 대규모 양산을 통해 빠른 상용화에 나설 수 있고, 이 점이 기존 연구진 및 인력들에도 시너지가 될 수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보스턴 다이나맥스는 회사의 대표 로봇인 '스팟 미니' 등을 통해 기술력만큼은 시장에 증명했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 6월경부터 7만5000달러에 시판을 시작해 LG그룹 등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규모 저가 생산을 내세운 중국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선 빠른 시일내 양산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로보틱스는 단기간내 자사의 대표 로봇인 'A1'을 향후 1만 달러에 판매하겠다 선언하기도 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연구 개발 분야에 특화된 회사다보니 양산은 우리에게 맡기고 기존 연구개발 기술 등은 충분히 공유하자고 합의가 되면 충분히 좋은 M&A가 될 것"이라며 "다만 최악의 경우 회사가 양산 시점은 미루고 연구 개발비 투입만 요구하면 매 년 대규모 적자로 골치가 아플 수 도 있는 거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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