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바이든 통화 둘러싼 '황당한 순서' 논란

입력 2020-11-12 15:54   수정 2021-02-10 00:02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정상통화를 한 가운데 일각에선 한·일간 정상통화 순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일본보다 30분 늦게 통화를 한 것을 두고 마치 '일본이 이겼다'는 식의 기사가 있는데 정상간 통화는 상호조율에 따라 편안한 시점에 하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이날 문 대통령과의 전화연결 30분전인 8시30분께 전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약 12분간 통화한 것을 '한일전' 시각에서 다루는 일부 언론이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한미 정상통화를 업무 개시 시간인 9시에 시작한 것은 우리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당초 10시쯤 예상했으나 우리측의 가장 편안한 시간을 당선인측이 배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한·일 정상간 전화통화 순서를 따지는 사례는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외교관례에 따라 일본, 한국 순으로 당선인 통화가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도 일본 아베 총리와 통화를 마친 후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가졌다. 미국 당선인은 첫날은 유럽 우방국들, 이튿날은 아시아 우방국 정상에게 전화를 거는 게 외교 관례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기존 외교관계를 깨는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선 확정 1주일 뒤 뉴욕 트럼프 타워로 날아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정상회담을 가져 논란을 낳았다. 또 중국에 앞서 대만과 정상통화를 가져 중국을 자극하는 외교적 파격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미국 외교가에서는 이들 두 사안을 전통적 외교 프로토콜을 파괴한 트럼트 당선인의 즉흥적 외교행보로 비판했다.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을 당선 일성으로 강조한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 프로토콜에서도 '비정상의 정상'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정상 통화 첫날인 지난 11일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전통우방 3개국, 그리고 아일랜드 정상과 통화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아일랜드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이튿날인 12일에는 가장 먼저 호주 정상과 통화한 후 일본, 한국순으로 통화를 이어갔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관리를 지낸 제러미 샤피로 유럽대외관계위원회(ECFR) 리서치국장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적 프로토콜에서도 정상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외교범규를 준수하면서 독재 국가보다 전통적인 우방을 먼저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 시절 일본 정부가 보여줬던 '끼어들기식' 정상회담도 바이든 당선인에게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행정부 출신의 에벌린 파카스 전 관리는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때와 달리 외교적 순서에 따라 정상통화를 하고 있으며 이는 프로토콜의 복원이다"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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