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팔라진 환율 하락…美 주식 쳐다봐도 될까요

입력 2020-11-15 17:24   수정 2020-11-16 08:00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약(弱)달러’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지요. 이를 지수화한 게 달러화지수입니다. 코로나19 두려움이 극에 달한 지난 3월 102.99로 가장 높았습니다. 최근 이 지수가 92까지 하락했습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돈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로? 신흥국입니다. 최근 신흥국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입니다. 약달러 시대 투자에 필요한 내용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1) 달러 왜 떨어지나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 자산’입니다. 코로나19나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오면 시장은 패닉에 빠집니다. 그러면 돈은 가장 안전한 곳으로 피신합니다. 그 피신처 중 하나가 마음대로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미국 화폐인 달러입니다. 금도 그렇고, 엔화도 비슷한 자산입니다. 그런데 최근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라는 불안 요소가 사라지고,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경기부양책을 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경기를 살리려면 돈(달러)을 왕창 풀 것이고, 흔해지면 그만큼 달러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한발 먼저 움직이는 시장은 ‘정상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때마침 미국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고 발표했습니다.
(2) 왜 신흥국으로 돈이 몰릴까

안도감은 커지고,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세계의 돈은 수익률이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위험자산이 그 목적지입니다. 위험자산의 대표 선수는 주식입니다. 대선 이후 미국 주가가 오른 이유입니다. 또 하나 신흥국입니다. 미국에 상장된 신흥국(EM·emerging market) 상장지수펀드(ETF)라는 게 있습니다. 신흥국 주식을 기계적으로 사는 펀드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 11월 첫째주 한 주 동안 23억6000만달러가 들어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이던 1월 셋째주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세계가 불안에 떨던 2월 초부터 5월 말까지는 계속 돈이 빠져나가기만 했던 ETF입니다.
(3) 한국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올해 10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7조8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11월 드디어 그들이 돌아왔습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4조86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습니다. 한국뿐 아닙니다. 외국인은 11월 첫째주 대만(21억7800만달러), 인도(17억3200만달러) 등에서도 주식을 샀습니다. 그중 한국 주식을 사라는 외국계 증권사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대만 두 나라 모두 좋지만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반도체산업 비중이 큰 한국이 더 유망하다”고 했습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허겁지겁 사고 있다고 전합니다. “바이든 시대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위축됐던 무역이 활발해지면 피해를 봤던 한국의 수출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4) 외국인은 역사적으로 뭘 샀나
투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과거를 돌아봤습니다. 먼저 환율과 주가의 관계입니다. 달러와 코스피지수는 대체로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코스피지수는 올랐지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려면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사야 하기 때문에 원화 수요가 늘고 가치가 올라갑니다. 외국인은 이 투자에서 두 가지 이득을 얻습니다. 주가가 올라 이익이고, 나중에 주식을 팔고 가격이 떨어진 달러를 사면 환차익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이 지난 10년간 코스피지수가 10% 이상 상승한 시기 여덟 번을 분석해 보니 그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습니다. 여덟 번 중 여섯 번은 외국인이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그렇다면 외국인은 어떤 종목을 샀을까. 예상대로 삼성전자였습니다. 여섯 번 중 네 번은 삼성전자가 순매수 1위였습니다.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차 LG화학 포스코 등도 단골이었습니다. 외국인은 또 한국 지수가 오르면 돈을 먹을 수 있는 ETF도 많이 삽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겠지요. 여기에 또 한 가지. 경쟁사(애플, TSMC) 주가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너무 싼 주식이라는 평가도 있네요.
(5) 미국 증시는 쳐다보면 안 될까
반대로 ‘서학개미’들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달러로 투자해 환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이런 분들을 위해 삼성증권에 의뢰해 미국 개별 업종과 달러화지수의 2년간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달러화지수는 유로와 엔, 파운드 등 6개국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 가치를 산정한 지수입니다. 결과는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 유틸리티(전기 수도 등), 산업재, 금융, 원자재 업종에 있는 종목의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미국은 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입니다. 달러가 약세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10달러로 살 수 있던 중국산 이어폰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11달러를 줘야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팔 때도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물가가 올라갑니다. 전기·수도요금도 올리겠다고 하겠지요. 유틸리티산업 등이 유리해지는 이유입니다. 또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라는 요구가 생기고, 이러면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게 됩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많이 해주는 은행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는 은행주를 삽니다. 삼성증권이 S&P500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최근 2년간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 오른 종목을 찾아봤습니다. 보잉과 넥스트에라에너지, 듀크에너지, TJX컴퍼니스, 홈디포 등이 있었습니다. 실제 넥스트에라에너지와 듀크에너지는 달러화지수가 지난 7월 이후 3.56% 하락하는 동안 주가가 각각 23.26%, 15.45% 올랐습니다. 반면 서학개미들이 좋아하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은 달러 가치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고재연/전범진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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