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를 배경으로 자택에 연금된 정치인과 그를 옆집에서 도청하던 정보원 간에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다. YS(김영삼)나 DJ(김대중)를 연상시키는 정치인 의식 역 오달수 씨가 개봉 직전 ‘미투사건’에 연루되면서 제작 3년 만에 개봉하는 것이다. 오씨는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아 활동을 재개하게 됐다.
“‘7번방의 선물’ 때는 그런 행운이 제게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500만, 1000만, 1300만 명까지 갈 때 저 자신이 그 영화의 감독임을 인식하지 못했어요. ‘평생 한 번이나 올까?’ 하는 그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거죠. 지금은 이 영화에 대해 충실히 얘기하고 즐겨보고 싶습니다.”
그는 ‘7번방의 선물’의 흥행 코드였던 판타지를 이 작품에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7번방의 선물’이 대성공한 요인은 일반적인 가족영화가 아니라 판타지 가족영화로 풀어낸 데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을 표현하는데, 교도소 안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고 애드벌룬을 태워 내보낸다든지 동화적인 판타지가 큰 역할을 했죠.”
이 작품에서 정치인과 도청팀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 등을 날 선 다큐가 아니라 판타지처럼 표현했다. 두 집(정치인과 도청팀 집)을 벽이 가로막고 있지만, 옥상에선 벽이 없어지고 서로 마주보고 얘기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정치인이 나오지만 정치영화가 아닙니다. 공감과 교감에 관한 영화예요. 판타지 같은 사람 간 관계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7번방의 선물’에서 딸과 아버지의 교감에 집중한 나머지 주변 인물 얘기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면, ‘이웃사촌’은 밀도와 스펙트럼을 넓혀 주변 인물로 하여금 주인공들의 교감을 북돋워주려 했습니다.”
그가 신작을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또 있다.
“동양권 관객이 제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해 중국 시장에 도전했습니다. 2년간 중국에서 영화를 공부하며 시나리오를 썼고, 거기서 크랭크인 보름을 남겨두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터져 귀국하게 됐어요. 그리고 국내에서 ‘이웃사촌’을 만들었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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