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團 지역민 채용 할당, 해고 땐 징벌적 손배…'기업 족쇄法' 쏟아진다

입력 2020-11-18 17:20   수정 2020-11-26 19:31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면서 규제 법안과 ‘퍼주기 법안’을 양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범 후 지난 5개월 동안 쏟아낸 5000여 건의 법안은 기업활동을 옥죄거나 선심성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들로 상당수 채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 건수로 실적을 쌓으려다 보니 법체계와 맞지 않거나 기존 법안에서 단어 하나만 바꾼 법안도 경쟁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체계와 맞지 않는 규제도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법안 672건(16일 기준)은 국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들로부터 줄줄이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전문위원 보고서에서 “수도권 대학 졸업생의 직업 선택 자유를 제한하고 자율적인 기업 활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개정안은 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체에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이 근로자를 부당해고한 사용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민형사 책임을 엄격히 구별하고 인과관계가 있는 실손해액을 배상하도록 규정하는 한국의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받았다.

정의당의 당론 1호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위원 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 법안에 비해 처벌 수위와 배상액 등이 과도하게 높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미 21대 국회에서 처리된 뒤 시행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규제 법안들도 눈에 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도입하는 내용의 ‘임대차 3법’은 오히려 전세대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계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도 마찬가지로 통과하면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용어만 달랑 바꿔 법안 발의
기존 법안의 용어를 조금만 수정하거나 내용을 쪼개 여러 건의 법안을 발의한 사례도 있었다. 법안 발의 실적 채우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소방견의 명칭을 기존 ‘인명구조견’에서 ‘119구조견’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국가재건최고회의령 폐지법률안 3건, 국가재건최고회의포고 폐지법률안 2건 등을 ‘쪼개기’ 발의했다. 이미 1963년 효력을 상실한 국가재건최고회의조치법과 2009년 폐기된 국가재건최고회의법에 관련 명령과 포고 등을 정비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1호, 6호, 24호 등으로 나눠져 개별법으로 인정되는 만큼 폐지법률안도 각각 내야 한다는 법제처와 국회법제실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며 “입법 실적쌓기용이라고 일컫는 ‘쪼개기 법안’과는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지역 챙기기와 선심성 법안도 남발됐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혜택을 본 기업들로부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강제로 걷는 내용의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여행, 예식, 외식, 항공 등 예약 취소로 발생한 위약금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금액의 15%를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공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대규모 재정 투입을 필요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비용추계서조차 제출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내용의 기본소득법 제정안을 발의하면서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전문가 “사전에 입법영향 분석해야”
전문가들은 21대 국회의 ‘입법 폭주’를 우려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국회가 규제 법안을 양산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쏟아지는 법안으로 인해 심도 있는 법안 심사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한 초선 의원은 “한꺼번에 워낙 많은 법안을 심사하니 일부 법은 내용 숙지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사전입법영향분석 제도 등을 도입해 의원 입법의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하중 입법조사처장은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사전입법영향분석 제도의 도입이 의원 입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현/성상훈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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