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클래식의 벽'에 부딪혔다면

입력 2020-11-19 17:54   수정 2020-11-20 03:36

“제 취미는 음악 감상입니다.” ‘무엇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지겹도록 많이 하는 말이다. 독서, 영화보기와 함께 ‘취미 생활 3종 세트’라 할 정도다.

그런데 정작 클래식 음악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왠지 공연장은 정장차림으로 ‘각 잡고’ 가야만 할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뭔가 아는 척을 해야 할 것 같다. 작곡가나 연주가들의 초상이나 사진 앞에서 아무 말도 안 하면 왠지 부끄럽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의 벽이 실제로는 높지 않다고, 한 번 들어오면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손을 내미는 신간 3권이 나왔다.《피아노 이야기》는 ‘건반 위의 철학자’라 불리는 미국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의 에세이다.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예술과 문명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하며 삶에 대한 통찰과 음악의 원천을 탐구하려는 열정을 가득 비춘다. 게임, 가르침, 상관관계, 악보, 코다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저자가 맨 처음 꺼내는 이야기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다. 그는 건반 위를 노니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지녀야 할 원칙을 이렇게 표현한다. “피아노 연주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넋을 잃은 사랑의 달콤한 향기뿐만 아니라 하찮은 벌레, 독사, 수증기, 심지어 은하계도 모두 피아니스트의 손안에 있다.” 피아노 전공자뿐만 아니라 현대 음악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음악과 예술을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접근한다.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인 박소현 작가가 ‘일상에서 아주 흔히 만날 수 있는 클래식’을 설명한다. 대중음악, 드라마, 광고, 영화, 웹툰, 소설, 게임 등 우리가 즐기고 있는 거의 모든 콘텐츠에 클래식 음악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 관공서나 병원,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연결을 기다릴 때 흐르는 대부분의 음악이 클래식이란 사실도 안내한다.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가 주요 테마곡으로 흐른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선 악령을 퇴치할 때 바흐의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가 등장한다. 클래식의 기본 지식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추억의 드라마와 만화, 문학작품을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순히 작품 소개만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 작곡된 배경과 작곡가의 삶과 성향에 대해서도 꼼꼼히 다뤘다.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은 클래식 해설가 이지혜 작가가 계절마다 우리가 반드시 들어야 하는, 각 계절을 제대로 느끼도록 하는 클래식 명곡 33개를 소개한다. 산뜻한 봄에는 자유와 기쁨을 노래하는 모차르트, 초심을 기억하라고 읊조리는 바흐, 원시와 야성의 소리를 일깨우는 스트라빈스키에 귀 기울이라고 권한다. 여름에는 ‘한여름 밤의 꿈’을 이야기하는 멘델스존과 뜨거운 열정을 드러내는 드보르자크, 지독한 사랑을 음악으로 그렸던 에릭 사티를 곁에 두라고 말한다. 가을에는 기타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타레가, 사랑의 아픔을 위로하는 리스트 그리고 혼잣말마저 아름다운 쇼팽의 선곡이 계절을 압도한다. 겨울에는 슈베르트의 차갑지만 다정한 선율, 드라마틱하고 환상적인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를 들어보라고 속삭인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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