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검색이 불법사찰?" vs "사찰 분명, 비공개자료 있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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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27 09:39   수정 2020-11-27 11:19

"BTS 검색이 불법사찰?" vs "사찰 분명, 비공개자료 있다" [이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정지를 명령한 것과 관련해 양측이 본격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27일 법조계와 정계 등에 따르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재판부 불법사찰' 여부다.

앞서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이유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 등을 꼽았다.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혐의 외에는 현직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때문에 여권도 재판부 불법사찰 혐의를 중점 부각하며 윤석열 총장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김용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문건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판사의 특정 모임 출신 여부를 비롯해 가족관계 취미 등 개인정보까지 기록해왔다"고 밝혔다. 공개되지 않은 자료까지 불법으로 수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이들은 "(재판부 사찰은) 매우 심각한 불법성이 포함돼 있어 향후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대검이 조직적으로 판사 정보를 수집했다고 한다면 재판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의원은 "(문건에) 특이점이 나오는데 한 판사에 대해 법관 임용 전 농구리그에 활약했고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농구로 유명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런 정보들이 공소유지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남국 의원은 "공판검사가 이런 정보를 모으고 있다면 판사가 (이런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판사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윤석열 검찰총장 측은 같은 날 이른바 '불법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전문을 스스로 공개했다. 윤 총장 측은 문건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해당 문건은) 사찰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 총장 측이 공개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지난 2월26일 작성됐다. 총 9쪽 분량으로 피고인과 재판부, 소속 법관, 지위, 비고란으로 구분해 내용을 정리했다. 비고란에는 각 사건 재판부 소속 판사 38명 출신(고교·대학 학력사항)과 주요 판결, 저서, 세평 등이 적혀 있다.

세평 항목의 대부분은 재판 진행 방식에 대한 묘사였다.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을 진행 잘한다" "증인 신문 시 적극적으로 직접 한다" 등의 내용이다. '강서 PC방 살인사건 징역 30년 선고' 등 정치적 사건이 아닌 일반 사건사고에 관한 판결도 주요 판결 항목으로 분류돼 있었다. 판사의 성향을 드러내는 '우리법연구회 소속 여부'도 담겼다. 한 판사에 대해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라고 기술했다.

해당 문건 작성 당사자라고 밝힌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은 앞선 2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일선에서 공판부로 배치되면 공판부장은 공판검사들에게 담당 재판부의 재판 방식이나 선고 경향을 파악·숙지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주요 사건 재판부 현황자료를 작성해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에 각각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료 작성도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 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면서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로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법적 권한 없는 기관이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것이 사찰이고 그 사찰의 방법은 언론 검색, 검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탐문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또 "문건에는 언론 등 공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련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부는 윤 총장 직무배제 발표 이후 뒤늦게 불법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한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재판부에 대한 단순 정보 파악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히 판사 이름을 검색해 자료를 수집한 것이 재판부 불법사찰이 된다면 BTS(방탄소년단)를 검색하는 행위는 연예계 불법사찰이 되는 것이냐"며 "법무부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장진영 변호사도 "재판의 당사자인 피고인과 검찰이 재판 담당 판사의 성향을 분석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자 당연한 권리"라고 했다.

장진영 변호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부부는 어떤 기준으로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나. 재판부와의 관계, 성향분석도 없이 무작정 선임했나"라면서 "검찰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판사를 미행하거나 도청하는 등의 불법적인 수단을 써서 판사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 또는 판사를 경험한 다른 검사들의 경험을 듣는 등의 방법으로 재판부 성향을 분석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는 범위의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제주지법 장창국(53·연수원 32기)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윤 총장을 비판했다.

그는 '공소 유지 참고자료' 명목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맡은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대검 측 해명에 대해 "참 어이 없다"고 비판했다.

장 부장판사는 "얼마나 공소 유지에 자신이 없었으면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 습관인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했을까"라며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니, 그것은 재판부를 조종하겠다,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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