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등 강행…與 '친노동 대못' 박았다

입력 2020-12-08 23:59   수정 2020-12-09 00:19

더불어민주당이 특수근로종사자(특고)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특고 3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험법·징수법 개정안)’ 등 노동관계법의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선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처리가 불가피하다며 노동계 요구를 추가로 담은 노동조합법 수정안 의결도 추진했다. 국민의힘은 “한국 노동문화를 결정지을 중요한 법안을 ‘번갯불 처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고법 단독 처리한 與
민주당은 8일 전체회의를 열고 특고 3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대리운전기사와 택배기사 등도 고용보험에 당연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들 특고도 실업급여와 출산전후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보험설계사 등 14개 직종엔 법이 시행되는 내년 7월부터 적용된다”며 “14개 이외 직종에 대해서는 2022년 적용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특고 적용 제외 신청 제도는 유지하되 신청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사유를 지나치게 엄격히 제한해 사업주와 종사자 모두에게 경제적 부담이 생길 것”이라며 “무리한 고용보험 입법 추진은 고용시장에 충격을 주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전에도 제약이 된다”고 비판했다.

해당 법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노사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용 직종과 노사 부담 보험료율, 구직급여 수급을 위한 소득 감소 기준 등을 모두 시행령으로 위임했기 때문이다. 당장 적용 범위를 두고 노동계는 확대를, 재계는 축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 부담 보험료율을 두고서도 입장이 갈릴 수밖에 없다. 야당이 주장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 대책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점 또한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계 ‘입김’에 노조법도 수정
특고 3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단독으로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다시 열고 근로기준법과 ILO 협약 관련 노조법 등에 대한 ‘번갯불 심사’를 진행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안에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활동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삭제 △단체협약 유효기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동자 결사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이지만,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내용도 포함돼 있어 재계와 노동계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소위에서 정부안 중 노동계가 주장하는 이른바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정부안엔 사측의 대항권 확보를 위해 노조 활동을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 내용이 대폭 축소됐다. 우선 종업원 외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조항이 완화됐다. 단협 유효기간도 3년으로 연장하되 노동계가 노조 임기(2년)를 들어 문제삼고 있는 것을 감안해 ‘노사 협의로 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해 노동계의 우려를 줄였다. 민주당 환노위 관계자는 “정부안에 들어간 쟁의행위 금지 조항도 없앤다는 데 정부도 동의했다”고 했다.

노동계의 요구를 추가로 담은 수정안이 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산업현장 갈등이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존 정부안도 재계의 반발이 심했는데 노동계의 요구가 추가로 담기면서 사측의 대항권이 더욱 축소됐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ILO 비준을 위해 단결권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힘의 균형을 위해 사측의 대항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수 목소리 짓밟은 것”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역시 여당 주도 입법이 진행됐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그동안 야당과 경영계는 다른 유연근무제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동계는 과로가 상시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법안 논의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당초 여야는 이날 법안소위를 함께 열고 쟁점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여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를 강행하는 등 ‘단독 플레이’를 이어갈 조짐을 보이면서 협의된 일정이 어그러졌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당초 노동 관련 법안은 여야 지도부 간 따로 논의하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목소리를 짓밟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이날 오전 법안 41건에 대해 무더기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하는 등 쟁점 법안 통과를 막으려 애썼지만 민주당의 수적 우위를 극복하지 못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경영계에서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라며 “극단적으로 다른 내용의 (의원 발의) 노조법 개정안들이 있었고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았는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고은이/김소현/백승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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