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싸게 내 집 마련…규제가 불 지핀 부동산 경매시장

입력 2020-12-13 16:46   수정 2020-12-14 01:07


지난달 경기 파주시 아파트 경매 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파주시 목동동 ‘해솔마을1단지’ 두산위브 전용면적 124㎡의 경매에 54명이 몰린 것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감정가(3억8500만원)의 130%인 5억6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경매 매물과 같은 동에 있는 전용 124㎡의 현재 호가는 5억8000만원이다. 낙찰자는 시세보다 약 8000만원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한 셈이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지난달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인근 파주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시세 차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 낙찰가율 역대 최고

부동산 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108.4%로 집계됐다. 지난 10월(111.8%)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로, 높을수록 경매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는 뜻이다.

특히 9억원 이하 아파트 경매 매물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감정가 9억원 이하 아파트 낙찰가율은 114.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 낙찰가율은 2018년 9월 기록한 113.7%다.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 여파로 전셋값이 치솟자 중저가 아파트 경매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 부동산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지난달 울산과 대구의 낙찰가율은 각각 97.5%와 106.4%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경매 인기가 서울에서 경기와 지방 광역시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투자자들이 부동산 경매를 찾는 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다는 점도 경매로 돈이 몰리는 이유다. 대치동·삼성동 등 강남권과 용산 일대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실거주 등의 목적으로 주택을 살 때는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매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10월 대치동 쌍용대치1차 전용 141㎡는 감정가 21억9900만원에 경매 매물로 나왔는데 25억100만원에 낙찰됐다. 또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거래할 때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지만 경매로 구입하면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장조사 등 반드시 거쳐야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부동산 경매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평균 낙찰가율이 100%를 웃돌며 시중에서 거래되는 급매물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이전 소유자나 세입자를 내보내는 데 드는 명도비, 미납 관리비 등 추가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경매는 ‘권리 분석→임장→입찰서 제출→낙찰→잔금 지급 및 소유권 이전→명도(기존 세입자 퇴거)→입주’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입찰 전 구체적인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경매에 참여할 때 보통 최저 입찰가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낸다. 초보자는 입찰보증금만 있으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낙찰자로 선정되면 약 한 달 내에 잔금을 내야 한다. 잔금을 내지 못하면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실제로 재경매에 나오는 상당수 매물이 기간 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장’으로 불리는 현장조사는 꼭 해야 한다. 경매 매물이 있는 곳의 공인중개업소를 방문해 교통여건, 교육환경, 임대료, 노후 상태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세와 감정가를 비교해보는 건 기본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감정평가서가 작성되는 시점과 입찰이 이뤄지는 시점은 보통 6개월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현장조사를 통해 시세와 미래 가치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꼼꼼한 권리 분석도 필요하다. 권리 분석은 해당 매물에 걸려 있는 유치권, 지상권 등의 권리가 입찰자가 낙찰 후에 인수해야 하는 것인지, 소멸되는 것인지 파악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실제 비용 부담액과 투자 수익 등을 계산할 수 있다. 고 교수는 “낙찰 시 권리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는 ‘부동산등기부등본’, 매물의 거래 내용과 시세 등이 담긴 ‘감정평가서’, 점유자 정보 등이 포함된 ‘매각물건명세서’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실수도 주의해야 한다. 입찰표를 잘못 기재하거나 입찰 가격에 ‘0’을 하나 더 써 원하는 가격보다 열 배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입찰보증금을 포기하면서 잔금을 미납하는 방식으로 경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장 팀장은 “경매 입찰표에 자릿수별로 가격 단위가 표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초보자들의 오기입 실수가 가끔 나온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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