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포기말고 기회 잡을 준비해라" 건설사 사장의 조언 [강영연의 인터뷰 집]

입력 2020-12-19 10:00   수정 2021-01-09 12:39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우무현 GS건설 지속가능경영부문 사장은 평생 집만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최대한 빨리 집을 장만하고 싶은 생각에 럭키개발(GS건설 전신)에 지원했다. 회사에 들어와서는 고객들을 위한 집을 짓는데 몰두했다. 2002년에는 우리나라 대표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의 탄생에 힘을 보탰고,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건축부문에서 일하면서 총 13만호가 넘는 아파트를 공급했다.

집에 투자해 돈 번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의 집은 늘 한 채였다. 우 사장은 "지금 사는 집도 넓진 않지만 한 채 있으니 됐다는 마음"이라며 "혹시 전원주택이나 다른 집에서도 살고 싶으면 전세로 살면 된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 위해 취업
우 사장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1984년은 누구나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동등한 위치에 있지만 그때만 해도 달랐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눈치, 구박, 무시를 받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교편을 잡고 계셨는데, 돈이 많이 없었습니다. 집을 마련하는데 오래 걸렸죠. 늘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습니다."

럭키금성그룹(현재 LG그룹)에서 건설을 담당하던 럭키개발에 지원한 것도 '집' 때문 이었다. 당시 서울 66.12㎡(20평) 아파트는 2000만원 정도. 큰 돈이었지만 건설붐이 한창이던 중동에 2년만 다녀오면 모을 수 있는 금액이기도 했다. 우 사장은 "군대생활도 3년했는데 중동 2년 다녀와서 빨리 독립하자는 생각이었다"며 "당시 전자나 화학 등을 지원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1~3순위를 모두 럭키개발로 쓴 지원자는 나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간절히 원한 끝에 럭키개발에 합격했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처음 부서 배치를 기획심사부 기획과로 받아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미국으로 떠나게 되며 중동 파견의 꿈은 접어야 했다.

그래도 내 집 마련은 일찍 했다. 1987년 결혼하고 경기도 시흥의 전세값 250만원짜리 단독주택에 살던 그는 내 집을 사고 싶단 생각 하나로 1988년 서울 하계동에 있던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입주했다. 당시 그의 월급은 30만원, 대졸 평균 초임 수준이었지만 열심히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 사장은 "어떤 집에 살고 싶다 이런 깊은 뜻은 없었다"며 "그냥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단 목표만으로 바로 입주할 수 있던 미분양된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아이들 교육, 회사 등의 문제로 여러차례 이사를 했다. 서울 홍제동, 불광동 등 늘 강북에서 살았다. 그러다 지금 살고 있는 반포자이아파트의 전신 반포주공 3단지를 산 것은 2002년이다. 그는 "거의 매일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장소가 다 강남이었다"며 "매일 밤 버스, 택시를 타고 불광동으로 올라오면서 강남에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평생을 회사 일로 밤낮없이 바쁘게 산 그가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 효율이다. 길지 않은 하루 일상에서 목적 외로 움직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우 사장은 "지금 집으로 이사하고 난 뒤 하루에 한시간 이상은 이동 등에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하는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지금 집을 마련한 것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환경과 커뮤니티 시설 등도 중요하다고 했다. 집을 짓는 사람이지만 집 안보다 밖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외부 환경은 집주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상수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지을 때도 그 원칙을 적용했다. 그는 "내장제 등은 내가 원하면 바꿀 수 있지만 조경, 커뮤니티시설, 외관 등은 불변의 요소"라며 "당장 팔 때는 고객에게 냉장고 하나를 더 드리고, 내장제를 외국산으로 쓰는게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입주민들이 단지를 자랑스러워하게 하기 위해선 공용부분이 잘 돼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GS건설의 자이는 특화된 조경으로 유명하다. 세계조경가협회(IFLA), 환경부 등에서 조경관련 수상을 했을 정도다. 이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로 성장하는데 영향을 줬다. 부동산 114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2019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설문조사에서 자이는 3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우 대표가 말하는 '입주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아파트'가 된 셈이다.
◆살고 싶은 집, 변할 수 있다
그는 살고 싶은 집으로 청계산 국사봉 등산로와 이어지는 전원주택 단지를 꼽았다. 우 사장은 "등산을 좋아해서 자주 찾는 곳"이라며 "전원도 즐길 수 있고, 일터도 가깝고, 근처에 지인들도 많아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살고 싶은 곳이 평생 같을 순 없다고 했다. 우 사장은 "어떤 때는 도시 생활을 즐기며 살고 싶을 수도 있고, 좀 멀어도 외곽에서 전원 생활을 하고 싶어질 수도 있고, 강변에 살고 싶을 수 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내가 좋아하는 집에 왜 하나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사는(live) 집과 사는(buy) 집이 꼭 같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을 하나 마련해놓고, 여기저기 살고 싶은 집을 살아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게 우 사장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선호 현상은 보안 문제에서 기안한다는 분석도 했다. 단독주택을 좋아해도 안전 문제에서 불안함을 느껴 대안으로 아파트를 찾는 것 같단 설명이다. 그는 "편의성 등을 주로 말하지만 단독주택의 가장 큰 단점은 보안"라며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한 블록형 단독주택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것도 그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을 확보한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공급된다면 아파트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포기말고 기회 잡을 준비해라
그에게 집이랑 '활력 충전소'라고 했다. 우 사장은 "하루종일 밖에서 시달리고 늘어진채 집에 들어가도 거기서 충전이 된다"며 "아침에 다시 쌩쌩하게 나와서 일을 하고 사람도 만날 수 있는 것은 모두 집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집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희망을 잃은 청년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우 사장은 "혜택을 누린 앞세대로 미안하고 조언을 하기도 망설여진다"며 "하지만 나역시 250만원짜리 전세집에서 신혼을 시작했고 사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뻔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준비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우리와 가장 근접하다고 여겨지는 일본의 상황을 보면 한국의 부동산 시장 역시 지금처럼 계속 오르기만 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는 "일본은 이미 도쿄 외각의 위성도시들은 소멸되는 단계까지 가있다"며 "단시일내는 아니겠지만 인구, 경제구조 등을 고려하면 한국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준비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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