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의 경영과 과학] '최종 사용자 AI 활용' 시대 선도해야

입력 2021-01-11 17:47   수정 2021-01-12 00:11

애플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2010년대는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전략의 시기였다면, 2020년대는 ‘인공지능(AI) 퍼스트’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시기다. 가장 먼저 AI 퍼스트가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생물학·화학·약학 분야다. 단백질 접힘 문제에서 성과를 낸 딥마인드의 AI ‘알파폴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가 모바일 퍼스트 전략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기존 은행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은 이제 AI 퍼스트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AI 기술을 적용해 리서치 서비스를 만들었다. 직원 스스로가 AI를 적용할 수 있는 인력으로 변신한 것이다. 경영정보학계와 산업계에서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용어가 최종 사용자 컴퓨팅(EUC: end-user computing)인데, 이제는 최종 사용자 인공지능(EUAI: end-user AI)의 시대로 가고 있다. 어떤 학문이나 산업, 기업, 조직이 AI 퍼스트가 된다는 것은 그 분야의 최종 사용자, 종사자들이 AI 도구를 엑셀 다루듯이 사용해 자신의 업무와 사업 모델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내정하고, LG그룹이 이홍락 미시간대 교수를 영입해 LG AI 연구원을 출범시키는 것은 아직 이 두 회사가 AI 퍼스트로 가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AI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활용되고 현 업무 프로세스에 녹아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연구 단계라는 의미다. 임직원이 스스로 AI를 활용하도록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AI 전문가를 임원으로 모셔와 ‘연구’를 시키는 형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산업혁명기에는 늘 스타트업의 역할이 필요하다. 2차 산업혁명의 태동기에는 포드라는 자동차 스타트업이 있었고, 웨스팅하우스라는 전기 스타트업이 있었다. 일본 소니가 대표적 2차 산업혁명기의 스타 기업이지만, 지금 소니 제품은 일상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소니의 경우 2차 산업혁명형 비즈니스 모델은 완전히 몰락했고, 이제는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한 상태다.

한편 자동차 분야에서 AI 퍼스트 전략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테슬라는 현재 전 세계 9대 자동차 회사의 시가총액을 다 더한 것보다 큰 시가 총액을 자랑하는 회사가 됐다. 이것이 AI 퍼스트의 힘이고,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다. 흥미로운 현상은 인터넷·디지털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이 기존 자동차산업을 위협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디지털·인터넷은 제조기업을 도와주는 성격을 갖고 있었을 뿐 새로운 물리적 제품을 생산하는 형태로 발전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물인터넷(IoT)과 AI를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은 2차 산업혁명형 제조기업을 위협하는 스타트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AI 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형 스타트업은 인터넷에 기반해 성공을 구가해 온 기업에도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구인·구직 온라인 서비스의 대표는 잡코리아와 사람인인데, AI 퍼스트 구인·구직 스타트업인 원티드랩은 AI 기반의 매칭 엔진에 기반해 구인 기업과 구직자에게 매칭 확률을 높여주고 있다. 인터넷 광고와 비슷하게 온라인 구인·구직 서비스도 노출형이 아닌 성과형 과금 모델로 변하게 된다면,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AI 엔진을 가진 회사가 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크다. 원티드랩의 사례는 AI 퍼스트의 4차 산업혁명형 스타트업이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기업과 온라인 중심의 서비스를 둘 다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AI 퍼스트는 자신의 현 업무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AI로 직접 혁신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2021년 당신은 어떻게 AI 퍼스트 전략을 실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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