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시인, 동네책방 운영…시인의 '현실 일기'

입력 2021-01-13 17:03   수정 2021-01-13 23:51

“문학이 누군가의 일생을 바꾸고 그를 불행에서 건져낼 수 있다면….”

김이듬 시인(52·사진)은 이런 생각으로 2017년 경기 일산에서 동네서점 ‘책방이듬’을 열었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하루평균 열댓 명 방문하는 서점에서 책을 살지 안 살지조차 모르는 손님들을 위해 김 시인은 문을 열고 차를 끓였다. 돈을 벌기는커녕 기고와 강의 등으로 10년 동안 알뜰히 모았던 돈을 다 날렸다. 원형 탈모가 생길 정도로 건강도 악화됐다. 결국 지난달 호수가 보이는 정발산동에서 월세가 싼 대화동으로 서점을 옮겼다.

김 시인이 서점을 운영하며 겪었던 쓰디쓴 현실과 그 속에서 찾아낸 시적 사유, 서정적 단상들을 일기처럼 진솔하게 풀어냈다. 최근 출간한 산문집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열림원)에서다. 시집 《히스테리아》(문학과지성사)로 지난해 10월 미국 문학번역가협회(ALTA)가 주관하는 ‘미국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에 수상했다는 낭보가 전해진 뒤 서점에 전보다는 조금 활기가 돈다고 한다.

책은 그가 책방을 열기 전날 밤부터 시작한다. 책방을 이제 막 출발하는 기차의 객실로 비유한 그는 “마음 속은 ‘뜨겁고 담대한 기분’과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고 돌아본다. 평생 시를 써온 시인이 책과 차를 파는 데 대한 어색함이나 부끄러움을 한 조각의 모험과 맞바꾸면서 느끼게 된 감정들이다.

“책방이듬이 먼곳으로 떠났다가 조금 달라진 마음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하는 심리적 기차역이자, 비바람으로 위기에 처한 작은 어선처럼 지친 사람들에게 불빛을 비춰주는 작은 등대 같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김 시인은 인건비 한푼 못 건지면서도 낭독회와 독서모임, 인문학 강의를 여는 등 문학을 매개로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했다. 그는 “서점은 편안하고 익숙했던 나를 넘어트리고 그 자리에 타인을 들이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에게 지난 3년은 시와 문학이 가진 힘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타인들과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도 실감했다.

김 시인은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때론 이들로부터 위로받으며 더 큰 기쁨을 얻었다. 이웃들과 관계하며 이전까지와는 다른 ‘나’를 만나게 됐다”며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와 너, 나와 세계 사이의 소통이 서점 안에서 시와 문학을 매개로 이뤄질 때마다 좌절하는 현실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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