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맞은 '유통공룡', 스타트업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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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7 17:11   수정 2021-01-17 17:13

코로나 시대 맞은 '유통공룡', 스타트업에 길을 묻다


'유통공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혁신의 길'을 스타트업에 묻고 나섰다. 최근 연말연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각각 사내 행사에 급성장한 앱(운영프로그램) 기반 전자상거래(e커머스) 스타트업을 초청하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지난달 롯데그룹이 최고경영자(CEO) 대상 행사에 장보기 앱 운영사 컬리(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를 초청한 데 이어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은 지난주 사내 행사에 중고거래 시장 신흥 강자 당근마켓의 박세헌 부사장을 초빙했다. 이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은 유통업계의 위기의식을 방증하는 사례라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SSG닷컴, '마스터클래스' 신설…첫 연사 박세헌 당근마켓 부사장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정보기술(IT) 업체 유명 인사를 초청해 성공 노하우를 나누는 세미나 '마스터 클래스'를 신설하고 지난 15일 첫 연사로 박세헌 당근마켓 부사장을 초대했다.

당근마켓은 최근 누적 앱 다운로드가 2000만 건을 넘긴 중고 시장의 신흥 강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지난달 월간 순이용자 추정치는 1085만 명에 달한다.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앱 1위인 쿠팡(1645만명)에 이어 두 번째다.

당근마켓에서 인사와 기업문화 업무를 총괄하는 박세헌 부사장은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과 사업 성공 노하우 등을 SSG닷컴 임직원에게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하는 것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구성원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고, 이것이 모여 전체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신뢰, 충돌, 공유, 피드백’이라는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온라인 화상회의(웨비나) 형식으로 진행됐다. SSG닷컴은 강연 내용에 관심이 있는 신세계그룹 관계사 직원들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도록 사전에 링크를 공유했다. 행사는 당초 예정 일정보다 30분 늦게 종료됐을 만큼 다양한 질문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터 클래스 행사는 SSG닷컴이 ‘상대의 장점을 스스럼없이 배우고 새로운 혁신의 기회로 삼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고, 매달 1번씩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번 연사 선정에 대해 SSG닷컴은 당근마켓이 앱 가입자수 등 기준으로 중고거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점, 박세헌 부사장이 과거 우아한형제들과 엔씨소프트, 네이버, 현대카드 등 혁신 기업을 두루 거쳤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장유성 SSG닷컴 데이터·인프라본부장은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리더를 초청해 매월 한 번씩 웨비나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롯데 CEO포럼' 행사에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초청
지난달 열린 롯데그룹 CEO 대상 행사에는 김슬아 컬리 대표가 연사로 나서 자사의 강점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달 8일 롯데인재개발원은 온라인으로 진행한 '롯데 CEO포럼' 행사의 일환인 특별 대담회에 김슬아 대표를 초청했다. '온라인 중심 유통업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열린 대담회는 유통혁신을 이루고 있는 마켓컬리의 경영철학과 조직문화, 강점을 학습하기 위해 대담을 마련했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이날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비롯해 롯데지주와 각 사업 부문(BU·비즈니스유닛) 소속 임원 등 150여 명이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포럼을 시청했다. 롯데 임원들은 마켓컬리의 마케팅, 차별성, 사업전략 등에 걸친 다양한 질문을 했다.

마켓컬리가 가진 강점의 원천에 대해 김슬아 대표는 '수평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를 최대한 배제한 소통방식의 조직문화'를 제시했다.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직원들이 얼마나 공감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혁신으로 재도약 노리는 유통공룡들

이는 유통업계가 '위드 코로나' 시대 시장 판도 재편을 이겨낼 수 있는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주요 유통 대기업집단 CEO들은 코로나19 사태 위기 속 디지털 전환(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속도가 한층 빨라진 만큼 빠른 혁신과 실행을 주문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임직원에 자발적인 참여와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시너지 창출을 강조했다. 이어 이달 14일 열린 올해 첫 사장단 회의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재도약을 촉구하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해'를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도 새로운 성장 기회 창출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지선 회장은 “유례없는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지속, 그리고 디지털 전환을 축으로 한 산업 패러다임의 급변으로 어려운 사업 환경이 예상된다"며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잠재적인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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