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위 실효성·지속가능성 부족"…심리위원단 평가가 판결에 영향 준 듯

입력 2021-01-18 21:35   수정 2021-01-19 01:25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8일 판결문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 ‘진정성은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세 명의 전문심리위원이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두 명의 심리위원들이 “삼성의 준법감시위 활동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내용이 대거 들어간 게 재판부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준법감시위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 때부터 주목받았다. 재판부가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임원들이 계획한 뇌물 범죄”라며 “효과적인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니 미국 연방 양형기준 8조 등을 참고하라”고 말하면서다. 미 연방 양형기준 8조는 기업(법인)의 범죄 행위가 있던 시점에 실효적으로 작동하는 준법감시·윤리 프로그램이 있다면 처벌 수위 등을 깎아준다는 규정이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2월 그룹 외부의 독립기구로 준법감시위를 출범시켰다. 이후 위원회는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통제하고, 삼성 계열사의 준법 의무 위반 위험이 높은 사안을 검토해 회사 측에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하는 잣대로 법무부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함께 마련한 ‘상장회사 표준준법통제기준’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법적 위험의 크기, 발생 빈도 등을 검토해 주요한 법적 위험 행위를 미리 유형화하고 △해당 법적 위험을 관리해야 하며 △일상적인 준법 지원과 준법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문심리위원들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거 포함됐다. 강일원 심리위원(법원 측 선임)은 “삼성 준법감시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에 위원회 존속 기간에 관한 규정이 없고, 협약에 7개 관계사 외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증권 등 다른 회사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또 “준법감시위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를 대비한 선제적 감독·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선 삼성 계열사 대부분에 대한 실효적인 준법감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판부의 판단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의심이 없을 정도의 완벽한 실효성이라는 것은 모호한 얘기”라며 “외부 독립기관을 만들었는데 완벽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하면 ‘애초에 이 절차를 왜 시작하게 했나’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남정민/이인혁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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