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청천이 와도 답 없다…보복 판치는 살벌한 '층간소음' 갈등

입력 2021-01-22 15:16   수정 2021-01-22 15:47


서울 서초동에 사는 신모씨(29)는 최근 정든 집을 떠나 이사를 결정했다. 위층에서 시도 때도 없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는 탓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피해를 입으면서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항의를 하고, 직접 찾아가 정중하게 소음을 줄여줄 것을 부탁해봤지만 허사였다. 윗집 거주자는 되레 기분이 나쁘다며 신씨를 따라와 집 앞에 침까지 뱉고 갔다. 신씨는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보복까지 당하니 겁이 나 이사를 택했다"고 털어놨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층간소음 문제는 사실상 처벌이 어렵고,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도 실효성이 없어 이웃 간 감정싸움으로 시작한 문제가 사적 보복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22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상담 건수는 4만225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2만6257건) 대비 60.9%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달에는 6145건의 상담이 접수돼 월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층간소음과 관련된 분쟁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층간소음으로 인해 유발된 갈등에 사실상 명쾌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중재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센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전화 상담과 현장 진단 수준이다.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분쟁을 조정하지만 조치 사항에 강제성은 없다. 층간소음을 유발한 가구를 경범죄 등으로 처벌하기도 어렵다. 소음의 크기와 지속시간을 명확하게 측정하기가 쉽지 않고, 고의성을 판단하기도 어려워서다.

제대로 된 갈등 조정책이 없다보니 층간소음 문제는 대부분 개인 간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피해를 입은 아랫집 가정에서 사적 보복에 나서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골전도 스피커를 압축봉에 연결해 천장에 대고 시끄러운 음악을 밤새 트는 방식이다. 층간소음 보복 스피커로 유명한 제품의 온라인 사용후기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꿈적도 않던 이웃집에 제대로 복수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했다"는 내용의 '간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적 보복은 엄연히 불법이다. 지난해 8월 인천지방법원은 아파트 위층에서 층간소음이 난다며 고의로 소음을 유발한 아래층 거주자에게 위자료 1000만원과 위층 거주자의 월세 비용 등 약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층간소음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이웃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는 행위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공동주택 시공사에 대한 처벌 강화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7월부터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주택 시공 이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사후 확인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 문제가 있으면 지자체가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을 권고할 수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바닥충격음 차단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업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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