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또다시 총파업을 선언했다. 택배기사의 근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분류인력 투입 약속을 사측이 깼다는 이유다. 사측은 지난 21일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맺은 합의대로 3월까지 목표치인 분류인력 6000명 충원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양쪽 입장이 팽팽해 설 연휴를 앞두고 택배대란 우려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앞서 택배노조와 택배회사들은 21일 정부 중재로 택배기사 노동환경 개선에 관한 합의안을 마련했다. 분류작업을 사측 업무로 규정한 게 핵심이었다. 택배기사들은 그동안 물류센터 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자신이 배달할 물품을 분류(1단계)해 차량에 옮겨 싣고(2단계), 배달(3단계)하는 전 과정을 책임져왔다. 택배노조는 1단계 작업까지 기사의 몫으로 규정한 관행이 과로사의 핵심 원인이라고 간주했다.
택배사들은 비숙련 ‘알바생’을 분류 작업 투입 시 비용 증가와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맞서다 택배노조의 총파업 압박에 밀려 합의안에 서명했다. 합의안에는 △3월까지 6000명의 분류 ‘알바생’ 채용 △분류 인력 투입 전까진 택배기사에게 수수료 지급 △자동분류시설에 수천억원 투자 등이 포함됐다.
분류인력 배치 여부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택배노조가 세(勢) 확장을 위해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현재 택배노조 조합원은 약 2800명이라는 게 노조 주장이다. 전국 택배기사가 약 5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률(5.6%)이 극히 낮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총파업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일부 지역에서 차질이 발생할 뿐 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 측은 “5500명은 모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25일 오전 9시께 각종 요구 사항을 담아 사측에 공문을 보낸 뒤 이튿날 총파업을 선언했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노조가 협상할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박동휘/양길성/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