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사비 1억 기부한 '키다리 아저씨' 진옥동 신한은행장

입력 2021-02-18 18:13   수정 2021-02-18 23:36

박모군(17)은 지난해 꿈에 그리던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기초 생활수급비를 받는 형편이어서 2년 전만 해도 미술 학원에 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굿네이버스에 들어온 기부금을 지원받아 학원에 갈 수 있게 됐다. 박군의 어머니는 “아이의 재능을 알아본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 공부를 시작했지만 홀로 공부를 해야 해 마음이 아팠었다”며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군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운 것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이다. 진 행장은 2019년 취임 후 굿네이버스를 통해 ‘남몰래 선행’을 이어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사비로 기부한 1억여원은 13명의 학생들이 꿈을 이루는 데 쓰여졌다.

정모양(19)도 진 행장의 도움을 받았다. 굿네이버스는 진 행장의 기부금으로 바리스타를 꿈꾸는 정양에게 학원 수강료와 기자재, 노트북을 지원했다. 이에 몇 달 만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등 개인 카페 창업을 위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

진 행장은 사적 기부를 이어오면서도 이를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굿네이버스의 블로그를 통해 뒤늦게 선행이 알려졌다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기부 배경이 됐다. 상고 출신인 진 행장은 은행권에서 ‘고졸 신화’로 불린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는 1970년대 덕수상고에 입학했다. 이후 1980년 기업은행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해 1986년 신한은행으로 옮긴 뒤 행장 자리까지 올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시 덕수상고에는 형편은 어렵지만 학업에 재능이 있는 인력이 많이 모였다”며 “은행 채용 인원의 20~30%를 차지할 정도여서 ‘금융권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진 행장은 2020년 7월 굿네이버스 네이버 블로그에 남긴 글을 통해 소회를 언급했다. 그는 “일찍이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이사를 자주 다니며 어렵게 공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며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아이들의 꿈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어떤 부분보다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부금을 전달하게 됐다”며 “금융회사의 CEO(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지만, 물질의 가치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관심과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 행장 취임 이후 신한은행도 아동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과 함께하는 ‘좋은 날 좋은 기부’는 임직원들이 본인의 승진, 합격, 출산, 수상 등 ‘좋은 날’을 기념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기부금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 보육시설 어린이들에게 입학 축하 용품을 선물하는 데 사용한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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