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청산에 규제 많아"…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열풍

입력 2021-02-25 13:55   수정 2021-02-25 16:38

2·4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가 민간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규제가 덜 한 리모델링이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사업 완료시 집값 상승 효과까지 누릴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건축 시행사로 나서는 '공공주도 정비사업'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 중에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첫 번째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는 성남시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이후 주민 이주와 착공에 돌입할 계획인데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면 현재 1156가구인 한솔마을5단지는 1255가구로 늘어난다. 전국적으로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최초 사례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선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등 수도권 54개 단지(4만551가구)에서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1년 전과 비교해 단지 수는 19개(약 1만8000가구) 늘었다.

서울 마포구 마포태영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이달 말쯤 리모델링 설계안을 받는다. 리모델링하면 현재 1992가구가 22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834가구)도 최근 리모델링 설계 업체 선정을 마치고 조합 설립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밖에 동작구 우성·극동·신동아 통합 리모델링(4396가구), 강동구 선사현대(2938가구) 등 대단지 아파트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 대치2단지(1758가구), 서초구 잠원동아(991가구) 등이 조합을 설립, 진행 중이다.


최근 민간 재건축 규제가 대폭 강화됐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규제 기조에서 빗겨나 있다. 재건축은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어야 추진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 이상이면 된다. 안전진단 등급도 재건축은 최소 D등급(조건부 허용) 이하를 받아야 하나 리모델링은 B등급(유지·보수)만 받아도 된다. 또 초과이익환수제도 따로 없고, 조합 설립 후 아파트를 사고팔 수 있다.

2·4 대책에서 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주도 정비사업으로 재건축하는 안도 반발이 크다. 토지 소유권을 공공에 넘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용적률을 상향시켜준다 해도 임대 비중을 높이거나 분양가를 낮추면 수익성이 하락하고,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더라도 공공이 초과 수익을 적게 인정하면 조합원들 몫은 작아질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이 재건축 사업에 비해 장점이 크진 않지만 재건축으로 규제가 집중된 탓에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여전히 수직증축이나 내력벽 철거 등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활성화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 매수자들은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 재건축을 진행할 시 강제로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집을 살 때는 정비구역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공공주도 정비사업지가 된다면 아파트를 받지 못하고 시세보다 싼값만 받고 쫓겨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추진위원회를 출범한 선사현대 전용 59㎡ 아파트는 지난 10일 역대 최고가인 10억4000만원에 팔렸다. 이 단지는 매매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약 1년 전(평균 8억 1667만원)과 비교해 2억원이 넘게 뛰었다. 서초구 잠원동 잠원동아 전용 59㎡도 올 초 18억8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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