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 간판 내건 사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입력 2021-03-01 18:23   수정 2021-03-02 00:05

국내 최초 공공배달앱인 전북 군산의 ‘배달의명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한경 보도(3월 1일자 A1, 5면)다. 배달의명수 이용자 수는 지난해 3월 출범 직후 잠시 증가하다 이내 감소세로 전환, 올 1월에는 출범 당시와 비슷한 월 1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결제액도 월 7억~9억원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민간배달앱 시장이 코로나19 특수로 1년 새 두 배 이상 급성장한 것과는 딴판이다. 가맹수수료는 싸지만 배달료와 음식값 등에서 민간앱과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제때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고객센터 대응도 부실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사용자들의 반응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공공배달앱을 출시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 초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올리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여러 지자체들이 공공배달앱을 보급하겠다고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간배달앱이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갈취한다”며 공공배달앱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은 처음부터 민간앱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서비스 혁신에 나서는 민간앱과는 달리 공공앱은 ‘보여주기식’으로 만들어 놓기만 할 뿐, 사후관리에 소홀하니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혈세만 낭비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다.

서울시 제로페이도 비슷하다. 투입된 예산(2년간 165억원) 대비 신용카드 수수료 절감액(19억6000만원)을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는 얘기가 나온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절감액은 연간 1만원 미만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간과 경쟁하는 분야에서 ‘공공’의 간판을 내건 사업들은 거의 다 비슷한 길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생색내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민간과의 피말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혈세를 쏟아붓지만 경제적 약자들에게 별 도움도 안 되고 소비자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공공앱들은 세금을 동원해 민간기업과 경쟁한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게다가 민간 사업영역을 구축(驅逐)해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측면도 있다.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업은 대중에게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것이 민간에서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일 때는 맞다. 하지만 민간과 경쟁하는 영역에서는 세금만 축내는 골칫거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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