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자 뒤졌더니…비트코인 39억 '우르르'

입력 2021-03-15 17:06   수정 2021-04-14 00:02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고가 주택에서 호화생활을 하면서 종합소득세 27억원을 체납해 왔다. 국세청 조사 결과 A씨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병원 수입 39억원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암호화폐 출금권을 압류하자 A씨는 “비트코인은 지금 팔 수 없으니 현금으로 내게 해달라”며 부랴부랴 체납 세금을 완납했다.

국세청은 15일 암호화폐에 재산을 은닉하고 세금 납부를 회피한 고액 체납자 2416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에게 징수하거나 채권으로 확보한 세금은 366억원에 달한다. 정부 차원에서 개인의 암호화폐 자산을 추적해 징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등 주요 암호화폐가 이번 조사 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해당 암호화폐 거래소에 고액 체납자의 명단을 통보하고, 이들이 갖고 있는 암호화폐 보유 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했다.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는 휴대폰 인증과 본인 소유 은행 계좌, 생년월일 등을 등록해야 해 개개인의 보유 현황 확인이 가능하다.

조사에서 체납 사실이 확인되면 국세청은 암호화폐 보유자가 거래소에 대해 갖고 있는 출금청구채권이나 반환청구채권을 압류한다. 암호화폐를 매각한 돈을 달라고 보유자가 청구할 권한이 국세청에 넘어간다는 의미다. A씨처럼 별도의 현금이 있을 경우 체납액을 따로 납부하면 채권 압류는 풀린다. 그렇지 않다면 국세청이 적정한 시점에 암호화폐를 매각해 체납액을 징수하고 남는 돈을 체납자에게 돌려준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시점인 1월 대비 암호화폐 가격이 두 배 정도 올라 체납액 징수 후 돌려받는 금액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액체납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금을 체납하고 암호화폐로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기도 소재 부동산을 48억원에 판 뒤 매도액의 일부를 암호화폐로 숨겨 양도소득세 12억원을 내지 않았다. C씨는 부친 사망으로 상속받은 금융자산 17억원 중 5억원을 암호화폐로 은닉해 2억원의 상속세를 탈루했다. 농산물 전자상거래업체를 운영하며 수익금의 대부분인 14억원을 암호화폐에 투자해 세금 6억원을 내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암호화폐 등을 통한 재산 은닉과 세금 탈루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암호화폐 매매에 따른 수익에도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관련 조사를 더욱 체계화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체납자의 자산 은닉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며 “관련 신고가 징수로 이어지면 제보자에게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만큼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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