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조카·소액주주의 난…'3%룰'이 만든 풍경

입력 2021-03-15 17:19   수정 2021-03-16 00:49

의결권 위임 대행사 팀스는 지난 12일부터 전국에 있는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의결권 위임장을 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6일 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의 주주총회 ‘표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각각 ‘주당 4200원 배당 및 배터리·바이오 미래 성장동력 육성’과 ‘주당 1만1000원의 파격 배당’ 안건을 내걸고 소액주주를 설득하고 있다. 팀스는 박 회장 측 대리인을 맡고 있다.

경영권 분쟁 기업뿐만 아니다. 올해는 상법이 개정되면서 소액주주 표심은 더 중요해졌다. 올해부터 감사위원을 한 명 이상 분리 선임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은 각각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미리 의결권 확보에 나서는 기업이 급증했다. 김도경 팀스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의결권 수거 업체를 찾는 기업이 많았다면 상법이 개정된 요즘은 ‘적군’이 있어 표대결을 앞두고 있는 기업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오너 세대교체에 상법 개정 맞물려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대주주 의결권 최대 3% 제한으로 소액주주 입김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의결권 위임 대행사가 성행하고 있고, 로펌의 일거리도 늘었다.

의결권 위임 대행사는 건당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100명 가까운 인원이 투입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400여 명의 주주로부터 위임장을 받으려면 최소 1000명의 주주를 찾아가야 한다”며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에 민감해지면서 3분 안에 현안을 모두 설명하고 위임장을 받는 ‘3분컷’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박철완 상무 측도 케이디엠메가홀딩스를 의결권 위임 대행사로 선정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박 상무는 배당 확대 외에 자신을 금호석유화학 사내이사로 임명하고, 자신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을 제안하는 주주제안으로 올린 상태다. 공개된 지분으로만 보면 박찬구 회장 측이 유리하다. 박철완 상무가 10.03% 지분을 보유한 데 비해 △박찬구 회장(6.69%)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7.17%) △박 회장의 딸 박주형 상무(0.98%) 등은 14.84%로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개별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 격차는 좁혀진다. 박철완 상무의 지분도 3%로 줄어들지만, 박찬구 회장 측 지분도 합산 6.98%로 줄어든다. 다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가 박찬구 회장 측 손을 들어준 상황인 만큼 외국계 기관과 국민연금 등은 박찬구 회장 측을 지지할 확률이 높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중인 한국앤컴퍼니도 3% 룰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현식 부회장이 감사위원으로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했고, 이에 대해 조현범 사장 측은 감사위원 후보로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추천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한진은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HYK파트너스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주주제안을 한 상태다.
소액주주 집단 대응도 본격화
소액주주들이 경영진과 분쟁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조산업 소액주주 연대는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와 법률 자문계약을 맺고 사조산업 경영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사조산업이 지난 2월 캐슬렉스CC 서울과 캐슬렉스CC 제주 합병안을 공시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합병으로 인해 오너가 소유인 캐슬렉스 제주의 손실을 사조산업으로 전가한다는 이유였다. 소액주주 연대가 감사위원 선임을 준비 중이라고 압박하자 사조산업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이 합병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소액주주 연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사조그룹이 순환출자 해소 및 경영 승계를 위해 사조산업과 사조시스템즈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합병을 추진하는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사조산업은 주진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56.1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공격의 여지가 적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개정 상법을 적용해 이들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면 대주주 의결권은 줄어들게 된다. 소액주주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이 회사 주가는 이날 7.19% 오른 4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조산업처럼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과거에는 소액 주주들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던 기업 중 자산 규모는 많은데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소액주주 운동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해성산업, 유화증권 등이 거론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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