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 아닌 갈취"…징벌적 보유세 어디까지 갈 건가

입력 2021-03-17 17:46   수정 2021-03-18 00:21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고 ‘보유세 폭탄’의 윤곽이 드러나자 반발이 거세다. 1주택자로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수천만원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내야 할 가정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소득 없는 은퇴자는 물론 한창 일할 나이의 주택 소유자들조차 감내하기 어려운 세금을 내야 할 판이어서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세금을 걷는 게 아니라 갈취를 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체 국민 중 종부세를 내야 할 가구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집값이 많이 오른 가구가 보유세를 더 내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도 편다. 종부세 납부 대상이 전체 가구의 3.6%에 머무는 만큼 정부 주장이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종부세가 본래 도입목적인 ‘부유세’나 ‘투기수요 억제’와 한참 벗어난 실상이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 한 채 보유자 상당수의 보유세 부담이 올해 10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게 ‘응능부담 원칙’에 맞는지 의문이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같은 서울 외곽은 물론 부산·대구·울산·세종 등 전국 각지에 새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 가구가 수두룩한 게 정상인지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종부세만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재산세에 대해 “2023년까지 공시가 6억원 이하 1주택자의 세율이 0.05%포인트 인하된다”며 생색을 냈다. 그렇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9억원을 돌파한 마당이다. 시가 10억원 안팎 아파트 보유자 중 상당수도 재산세 인하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사는 집이 올랐다고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지역건보료를 새로 내게 된 사람들이 지난해 총 51만6000명 나온 데 이어 올해 공시가 인상으로만 1만8000명이 추가된 사실도 못 본 체하고 있다. 이들은 11월부터 월 평균 23만8000원의 건강보험료를 새로 내야 한다. “헛발질 대책으로 집값 올린 건 정부인데, 왜 내가 벌금을 내야 하느냐”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는 올해 시세의 70.2%까지 끌어올린 공시가 시세반영률을 단계적으로 90%까지 높일 예정이다. 그러려면 국민의 담세능력을 감안해 불합리한 납세기준들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12년째 그대로인 종부세 부과기준(공시가 9억원 초과)부터 상향 조정하고, 공시가 결정 기준인 ‘표준주택’ 가격 산정도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다간 강력한 조세조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