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안 믿는 시장…"인플레 압력 거세, 기준금리 빨리 올릴 것"

입력 2021-03-19 17:27   수정 2021-03-20 01:03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시장 안정 메시지는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파월이 지난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물가가 뛰어도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인플레이션과 동조하는 미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급등했다.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파월의 발언에 대해서도 유력 투자자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 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가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빨리 인상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백신 효과…경기 과열 조짐도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8일(현지시간) 채권시장에서 장중 연 1.75%를 돌파했다가 연 1.71%로 마감했다. 전날(연 1.63%) 대비 8bp(1bp=0.01%포인트) 올랐다. 작년 1월 말 이후 약 1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30년 만기 금리도 한때 연 2.5%를 넘어 2019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나스닥이 3% 넘게 떨어지는 등 뉴욕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투자은행인 파이퍼샌들러의 크레이그 존슨 시장전략가는 “국채 금리가 어떤 속도로 오를 것이냐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고 했다.

파월이 장기간 긴축에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장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게 국채 금리 급등의 주요 배경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경기가 급반등하고 있어 Fed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및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랄프 액셀 뱅크오브아메리카 금리전략가는 “더 빠른 성장은 더 큰 폭의 인플레이션을 뜻한다는 걸 시장이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Fed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느끼면 확장 정책을 접고 더 일찍 긴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필라델피아연방은행의 3월 제조업지수는 51.8로 1973년 이후 4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장 예상(22.0)을 두 배 넘게 웃돌았다. 3월 가격지불지수도 전달(54.4) 대비 40% 뛴 75.9를 기록했다. 1980년 이후 가장 높다.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와 대규모 부양책 덕분에 과열 징후까지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Fed “은행 SLR 면제 1년 만에 종료”
시장 영향력이 큰 투자자 및 투자기관들도 Fed의 조기 긴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달리오 CIO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지금 경제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맥박이 떨어지자 의사들이 긴급히 각성제를 투입한 상태”라며 “경기가 급속히 반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졌다”고 말했다. 그는 “Fed와 시장 전망보다 인플레이션이 심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19일 Fed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은행권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면제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미 국채 금리의 불안정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SLR은 총자산 2500억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이 정해진 비율만큼은 반드시 자기자본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다. Fed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한시적으로 SLR을 면제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국채를 추가로 매입하도록 유도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조치였다.

당초 시장에서는 Fed가 SLR 면제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은행들이 SLR 기준을 맞추기 위해 보유 국채를 팔면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날 Fed는 성명을 통해 “은행들이 새로운 SLR 기준을 맞추기 위해 국채를 매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일부 대형 은행은 약 1조달러의 충분한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SLR 기준을 어떤 수준으로 조정할지 공개적으로 의견을 구할 계획”이라며 “은행 자본의 건전성을 침범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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