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법활동 안하는데 세비 받는 장관 겸직 의원들

입력 2021-03-28 17:14   수정 2021-03-29 15:55

장관직을 겸직하는 국회의원들이 입법 관련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의원활동 지원비 명목으로 각종 경비를 받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국회 사무처에서 받은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자에 대한 세비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대와 21대 국회에서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을 겸직한 공직자는 총 1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 의원활동 지원 명목으로 지원된 세비는 총 6억3000만원에 달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국무총리나 행정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으로 임명돼도 사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총리나 장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법안 발의, 국정감사, 예산 심의 등 입법 행위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입법활동 지원과 보좌진 지원 명목 등의 세비는 그대로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이던 김현미 전 장관은 2017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약 2년6개월 동안 장관과 의원을 겸직하면서 총 1억840만원의 의원활동 지원비를 받았다. 구체적인 지원 내역별로 보면 △정책자료 발간 및 홍보비 2040만원 △보좌 직원 식비 1800만원 △사무실 소모품비 1500만원 △정책자료집 발송료 1070만원 △입법활동 지원비 360만원 등이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겸직 기간 국정감사, 예산 심의 등 입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 마지막 법률안 발의는 2017년 3월 관세법 개정안이었다.

2020년 7월부터 통일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인영 장관은 8개월여 겸직 기간 총 3200만원의 의원활동 지원비를 받았다. 이 장관 측은 의원 정책자료집 제작 700만원, 정책 자료 홍보 350만원, 보좌 직원 식비 900만원 등을 썼다고 국회사무처에 보고했다. 이 장관은 겸직하는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발의하지 않았다.

현재 장관직을 겸직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현역 의원들도 모두 의원활동 지원비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635만원 △박범계 법무부 장관 1288만원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433만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1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전 의원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의원을 겸직하면서 정책자료집 발간, 의원실 소모품비 등으로 총 2600만원을 받았다. 박 후보는 다만 입법활동 지원비, 보좌 직원 식비, 사무실 운영비 등은 받지 않았다.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도 해양수산부 장관을 겸직할 당시 8000만원가량의 의원활동비를 받았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4개월여 의원 겸직 기간에 총 1600만원의 의원활동 경비를 받았다.

권명호 의원은 “장관 등을 겸직하면서 의원활동은 하지 않는 사람에게 의원활동 지원비로 세비를 주는 건 명백한 세금 낭비”라며 “제도를 보완하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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