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2 페이스북' 한국에서 나온다

입력 2021-03-30 17:49   수정 2021-03-31 00:08

한국은 최근 혁신 국가로서 본궤도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이룬 것처럼 보이는 이 성공스토리는 사실 20여 년에 걸쳐 쓰였다. 기업가치 600억달러를 인정받은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미국 매치그룹에 1조9000억원에 인수된 하이퍼커넥트,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세계 음악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블랙핑크, 지난해 오스카 최우수 작품상·감독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은 대한민국의 성공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하다. 엔터테인먼트, 음악,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가진 세계적 영향력과 비교하면 한국의 문화적 파급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구 5000만 명의 작은 나라 한국은 자신의 체급을 훨씬 뛰어넘는 강력한 펀치를 날리고 있다.

한국의 기술 발전과 혁신을 이야기할 때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LG전자의 가전제품을 떠올린다. 이들 정보기술(IT) 대기업과 별개로 한국 스타트업들의 ‘혁신 엔진’ 역시 정점에 달하고 있다. 긴 여정은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됐다. 넥슨은 세계 최초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만들었고, 한게임(2000년 NHN과 합병)과 함께 소액결제 혁신을 이끌어냈다. 1999년에 등장한 싸이월드는 19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틀림없는 세계 최초의 소셜네트워크였다. 2010년에는 카카오가 모바일 플랫폼(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이는 콘텐츠 유통의 혁신으로 이어졌고. 중국 텐센트 같은 후발주자들이 카카오를 모방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역사에서 가장 덜 알려진 건 2002년 차상균 교수가 설립한 서울대 사내벤처 TIM(Transact In Memory)의 스토리일 것이다. 데이터베이스 기업인 TIM은 2005년 미국 SAP에 인수됐다. 이후 TIM의 기술은 SAP의 주력 제품인 SAP HANA로 발전, 한때 SAP의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까지 불어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초기 혁신가들이 세계 최초로 이뤄낸 수많은 업적은 당시 창업자들이 갖고 있던 언어적 한계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본 부족에 부딪혀 글로벌 시장의 빛은 보지 못했다. 복잡하게 얽힌 규제와 법률도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작기는 하지만 수조원 가치 정도의 유니콘을 탄생시키기엔 한국 시장이 충분히 컸다는 사실도 역설적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확장을 불필요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2021년 현재 한국의 창업자들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고 훨씬 더 글로벌한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이들의 비전은 세계 여러 시장을 정복하는 것이다. 쿠팡의 IPO는 한국의 인터넷 시장이 얼마나 크고 역동적인지, 한국이 얼마나 혁신에 의해 주도되는 국가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나열한 최근 성과들 외에도 블룸버그는 이미 한국을 지난 9년 중 7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선정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몇 년 전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가 소프트뱅크 벤처스 아시아로 승격되며 서울 이외 지역의 초기 스타트업 투자도 주도하게 됐다. 아시아의 초기 단계 벤처 투자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전 세계 시장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물론 기술과 혁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최근 세계적으로 한국의 영향력을 높여온 것은 BTS로 대표되는 문화와 혁신이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역시 차세대 창업가들 그리고 더욱 강화된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BTS가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힘찬 물결을 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기술의 세계화는 다양한 문화를 연결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만들어왔다. 이것이 10년 안에 ‘제2의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는 이유다. 문화와 기술에 대한 글로벌 리더십으로, 세계적인 인터넷 거대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질과 기반을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BTS가 대한민국을 베이스캠프로 성장했듯, ‘소셜미디어계의 BTS’ 역시 한국에서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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