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앞에서 속수무책…투자자들 "150억 날릴 판"

입력 2021-04-02 11:35   수정 2021-04-02 13:49


코로나19 여파로 상가분양 시장이 위축되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자금을 빌려준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치고 있다.
8개월 넘도록 펀드 환매 불가 상황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앱솔루트 부산신항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만기 예정일을 8개월이 넘도록 환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신항 펀드는 2019년 10월부터 창원시 용원동 다인로얄팰리스 부산신항 1차 오피스텔과 상가를 신축하는 사업에 세 차례에 걸쳐 150억원을 투자했다. 규모가 가장 큰 1호 펀드의 설정액은 115억원이다. 9개월간 펀드를 운용키로 했는데 연환산 목표수익률은 4.8% 수준이었다.

해당 사업은 오피스텔 752실과 상가 189실을 분양하고 있다. 오피스텔 분양은 비교적 순조로웠지만 상가의 분양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펀드를 판매한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7일 기준으로 분양을 마친 상가는 10실(분양률 6.5%)이었다.

상가 분양은 펀드가 자금을 투입하기 전(2019년 8월 31일)까지만 해도 32실(분양률 23%)이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소비가 감소하자 추가 계약은커녕 상가를 사겠다고 한 사람들의 계약 취소가 잇따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는데 누가 상가를 분양받으려 하겠냐”며 “계약이 취소되면 계약금을 제외한 중도금을 수분양자들에게 돌려줘야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PF 사업의 전체 매출액 2222억원 가운데 상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38.3%(853억원)가 넘는다.
'4중 안전장치'도 코로나 앞에서 속수무책
사모펀드는 투자 전에 다양한 채권보전 장치를 마련했다. 개발 사업의 신탁회사인 KB부동산신탁의 수익금을 가장 먼저 저당 잡을 수 있도록 했고, 시공사인 다인건설에 연대보증을 세웠다. 시행사인 와이엘홀딩스 주식회사로부터는 시행권 포기각서까지 받아 놨다. 하지만 상가가 팔리지 않으면서 그 어떤 안전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상가 분양 실패로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KB증권은 작년 7월에 만기(6월 30일)가 끝나자 투자자들에게 “대출채권 회수에 다소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안내했다. 펀드를 운용하는 앱솔루트자산운용은 지난해 말에 “투자금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기간을 추가로 늘려야 한다”고 알렸다.

펀드의 원리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와 펀드 판매회사인 KB증권 등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KB증권은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문제가 없다고 일축한다. KB증권 관계자는 “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을 1등급(매우 높은 위험)으로 안내했고 투자 원리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고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펀드의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고 원리금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펀드 위험고지 안내문에서도 “펀드는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투자원리금 전액이 보장 또는 보호되지 않는다”며 “투자금 손실은 투자자가 부담하게 되고, 자산운용회사나 판매회사 등 어떤 당사자도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안내문에는 "원리금 전액 보장 안된다"고 명시됐지만
하지만 투자자들은 “원리금 전액 보장 불가는 으레 하는 표현일 뿐 실제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차입형 토지신탁이라는 투자방식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오해까지 불러일으켰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시행사가 사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해야 하는 관리형 토지신탁과 달리 사업 신탁을 받은 회사(KB부동산신탁)가 자금조달을 책임진다. 건물 완공까지 자금을 신탁회사가 융통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건물이 지어지다가 중단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B부동산신탁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 속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당초 467억원이었던 투입자금이 799억원까지 늘었다. 이 돈은 분양이 이뤄지는 데로 가장 먼저 갚아야 하는 선순위 채권이다. KB부동산신탁이 자금을 회수하고 난 뒤에야 앱솔루트 펀드 투자자가 돈을 찾아갈 수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KB부동산신탁이 융통한 자금의 이자까지 모두 받아낼 때를 기다려야 한다.

한 투자자는 “KB증권에서 펀드를 사면서 KB부동산신탁의 새로 투입한 돈이 무조건 선순위 채권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며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업자는 일반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했는데 제안서나 위험고지문 어디에도 관련 내용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차입형 토지신탁의 장점만 일방적으로 부각했다고 주장한다. 차입자금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투자 위험이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는지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분양목표 금액이 1000억원이라고 할 때 차입자금의 한도가 800억원이라면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자는 분양가를 200억원 할인해도 손해를 보지 않지만 펀드 투자자들은 후순위 채권자이기 때문에 투자원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상가분양 관련 PF 펀드 곳곳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
증권업계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관련한 내용은 펀드를 판매한 KB증권 PB들조차 본사로부터 제대로 듣지 못했고, 당연히 투자자들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KB증권이 PF 사업의 위험성을 어디까지 인식한 상태였는지가 불완전판매 논란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 투자자들 일부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법정다툼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서는 앱솔루트 펀드 환매 불가와 같은 일이 앞으로 곳곳에서 불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가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PF 사업 좌초 가능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B증권뿐만 아니라 상당수 펀드 판매회사들이 상가분양과 관련한 펀드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종서/고윤상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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