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운명의 날' D-4…美서 사활 건 로비전

입력 2021-04-07 17:29   수정 2021-04-08 03:19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중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3월 26일 열린 주주총회까지 빠지고 급하게 간 출장이었다. 지난 2월 나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돼야 하는데, 미국에서 바로 대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 행정부 전직 고위 관료들을 로비스트로 영입하고 백악관에 거부권 행사를 위한 설득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중대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기술 분쟁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이 오는 11일(현지시간)로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로비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LG와 SK 등 분쟁 당사자뿐 아니라 SK 배터리 고객사 포드, 폭스바겐의 로비스트들이 미 상무부, 법무부, 국방부, 노동부, 교통부, 국가경제위원회,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최소 12개 연방정부 기관과 전방위 접촉을 벌이고 있다.

SK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실 책임자를 지낸 캐럴 브라우너, 오바마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낸 샐리 예이츠 등을 앞세워 백악관에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SK가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원을 들여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미국이 전기차 확대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K는 앞서 로펌 겸 로비 대행사 커빙턴앤벌링의 샤라 애러노프 전 ITC 위원장, 댄 스피겔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등도 영입한 바 있다.

여기에 맞서 LG는 오바마 정부에서 에너지 장관을 지낸 어니스트 모니즈에게 조언받고 있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을 지낸 제이 하임바흐, 톰 카퍼 전 델라웨어 상원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조너선 존스 등을 컨설턴트로 영입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정치반응센터(CRP)에 따르면 작년에만 SK가 65만달러, LG가 53만달러를 각각 로비자금으로 썼다. 올 들어선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이 들었을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수입금지 조치는 양사 간 합의가 있으면 해제될 수 있다. 하지만 합의금으로 최소 3조원을 제시한 LG와 1조원 이상은 못 준다는 SK 간 눈높이 차이가 커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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